[라스닥]"심방세동, '이 수술'이면 90%가 정상으로… 주저말고 적극 치료를"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8.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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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스타닥터: 라스닥]③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적극적인 치료로 약물에서 해방되셨으면 좋겠다. 건강 수명을 최소 5~7년 늘릴 수 있으니 수술을 주저하지 말아달라."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난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가 만성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정 교수는 하이브리드 술식을 통한 부정맥 치료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의료인이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이다. 하이브리드 술식은 흉강경을 이용해 심장 외부에서 심방세동의 원인을 차단하고 이후 심장 안쪽에서 접근하는 내과적 수술(고주파 절제술)을 병행하는 것이다.

가슴을 째지 않는 최소침습적 방법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조그만 구멍 안에 '흉강경'을 넣어 직접 심장을 보면서 심방세동의 원인을 차단한다. 수술 후 1년간 정상 박동 유지율은 90% 이상, 5년 이상 유지율도 80%를 넘는다. 현존하는 부정맥 수술 중에서 가장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



만성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들은 평생 항응고제를 비롯해 3~4개의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부정맥을 치료하려고 개흉 수술을 하는 건 부담이 컸다. 정 교수는 "우리 외과에서도 최소 침습적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 있는지 고민했다"며 "네덜란드 병원까지 직접 찾아가 배웠다"고 설명했다.

직접 유럽을 찾아가 수술을 배운 정 교수는 지난 2012년 하이브리드 술식을 국내에 도입했다. 올해 8월까지 700례가 넘는 수술을 치렀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사람에게 수술하기 전에 돼지 일곱 마리로 연습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돼지 심장이 사람과 가장 비슷한 해부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며 "수술을 연습하려고 돼지 7마리를 샀다. 한 마리당 100만원이 넘었다"고 회고했다.


일곱 마리 중 세 마리가 죽으면서 연습이 끝났다고 한다. 다행히 첫 사람 대상 수술은 성공했다. 정 교수는 "처음에는 이 수술을 사람에게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면서도 "유럽에서 하고 있는데 '나라고 못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원체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술식은 도입 이후 계속 진화해왔다. 도입 초기 3~4시간 걸리던 수술 시간은 이제 1시간 10분으로 줄었다. 이제는 좌심방이(좌심방에서 귀처럼 튀어나온 부분)를 클립으로 조여 효율적으로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수술 비용도 점차 줄었다. 정 교수는 "350만원이었던 클립이 올해 8월부터 필수 급여로 들어와 환자는 5%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700례를 거치면서 여러 환자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안겼다. 비아그라만 먹으면 심방세동이 심해지는 70대 노인을 치료해 성생활을 다시 가능케 했다. 직장 스트레스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수술받았던 환자는 어느 날 갑자기 시인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이 분야에서 제가 1등을 하는 것은 제가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며 "심방세동 하이브리드 술식에 관해서는 '나에게 무조건 받으라'고 주저 없이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정동섭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심방세동은 왜 위험한가?
▶삶의 질 저하가 크다. 심장이 빨리 뛰니까 환자는 발표 등 긴장되는 일을 아예 못한다. 환자의 60%는 항응고제 등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뇌졸중 환자의 30%가 심방세동을 갖고 있다. 게다가 심방세동으로 심부전증이 생기고 심하면 심장 이식까지 갈 수 있다. 조기 사망하거나 급사하는 경우도 있다. 심방세동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3.5배까지 높아진다.

-심방세동 단계별로 치료는 어떻게 되나?
▶발작성 심방세동은 1주일 동안 정상 박동으로 안 돌아가는 경우다. 약을 먹거나 간단한 내과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1주일 넘도록 정상 박동으로 안 돌아가면 지속성 심방세동이다.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지만 대부분 직접 심장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없애 치료한다. 1년이 넘어가면 만성 지속성이라고 하는데 흉강경 부정맥 수술로 치료하는 걸 추천한다.

-하이브리드 술식의 효과는 어떠한가?
▶수술이 성공하면 1년간 정상 박동 유지율은 90% 이상, 5년 이상 유지율도 80%를 넘는다. 현존하는 수술 중에서 가장 높은 성공률이다. 좌심방이를 클립으로 막아 뇌졸중도 예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700명 환자를 수술했다. 수술한 지 8~10년 된 환자들이 있는데 수술 이후 약을 한 번도 안 드신 분이 많다. 수술 도입 전에는 만성 지속성으로 진단받아 평생 약을 드셔야 했던 환자들이다.

-어떻게 이 술식을 도입하려고 마음을 먹었나?
▶부정맥 수술을 할 때 가슴을 째고 하면 효과는 좋지만 위험하다. 특히 부정맥만 있는 환자에게 개흉 수술을 하는 건 (의료계의) 컨센선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내과 시술이 있지만 재발하면 평생 약 3~4개씩 먹고 부작용과 싸워야 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우리 외과에서도 최소침습적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이 없을까 고민했고, 내과와의 협력이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는 수술을 찾다가 유럽까지 가서 배워오게 됐다.

-도입 당시의 일화가 유명한데 들려달라
▶돼지 심장이 해부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 돼지 일곱 마리를 갖고 수술 연습을 했다. 첫 번째가 실패하고 나서 '이 수술이 정말 가능한가' 하며 좌절했다. 두 번째 돼지도 심장이 터져서 피가 나서 죽었다. 세 번째 돼지는 성공했지만 여섯 번째에서 또 실패했다. 처음에는 이 수술을 사람에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유럽도 하고 있는데 나라고 못 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몰려왔지만 내 스타일이 중간에 포기 안 하는 것이다. '그냥 해보자'는 식으로 끝까지 들이밀었다.

-심실세동에도 하이브리드 술식을 적용할 수 있나?
▶심실세동 적용에는 많이 상황이 진척됐다. 심실세동 수술은 미국의 최고 잘하는 센터에서도 성공률이 60~70%에 불과하다. 심실세동은 발생하는 즉시 바로 심정지가 나타나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수술 시 여러 세팅이 필요한데 돼지 세 마리를 이용해서 시뮬레이션을 한 번 했다. 수술의 가능성이나 테스트는 박경민 순환기내과 교수님과 같이했다. 내과와 협력이 필요한 수술이다. 돼지로 가능성은 확인했으니 이제 사람에게 적용하는 일만 남았다.

-수술하면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
▶70대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비아그라만 먹으면 심방세동이 심해져서 성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수술 이후 비아그라도 마음대로 드시고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해지셨다. 이후 따님이 '엄마가 살아 계시는데 아버지가 자꾸 바람 핀다'고 말씀하시더라.

또 한 명의 환자는 30살 기자였다. 다른 곳에서 수술하다 심장이 터져서 온 환자였다. 심장 기능이 40%로 떨어져서 수술을 해 정상으로 만들었다. 이후 그 환자는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겼다며 기자를 그만두고 시인이 됐다. 내게 수술을 받고 나서 인생이 바뀐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이브리드 술식이 내게 메인은 아니다. 중국집으로 하면 '짜사이' 정도 음식이다. 하지만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에게 '이 수술은 무조건 나한테 받으라'고 주저 없이 얘기할 수 있다. 심방세동 환자들이 이 수술을 좀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치료를 그만둔 환자는 빙산의 일각이고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항응고제 와파린은 뇌졸중을 유발하지만 1년에 1~1.2% 정도 뇌출혈 위험을 증폭시킨다. 10년이면 12%다. 적극적인 수술로 이런 약물 복용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 치료를 멈추치 말아달라. 건강 수명을 최소 5~7년 늘릴 수 있으니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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