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 겨울, 진화의 기회다

머니투데이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2022.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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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한국보다 작은 면적과 척박한 땅으로 비교되는 네덜란드는 17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이 시기는 '황금시대'로 불릴 만큼 전성기였다. 위험을 분산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식회사가 다국적 기업의 형태로 탄생하고 최초 증권거래소가 생겨난 것도 이때다.

코로나 엔데믹과 함께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잠시 멈췄던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되고 있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지원 사업이 활발히 논의되고 국가나 도시의 글로벌 혁신순위를 높이기 위한 활동도 감지된다. '글로벌'에 대한 목적과 수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점이다.



오랜만에 혁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를 다녀왔다. 식사비와 기름값에서 높아진 물가를 실감했고 낡은 렌터카로 여전히 자동차 공급이 원활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우버(Uber)나 리프트(Lyft) 운전자의 부족을 한국의 택시운전자 부족보다 한발 앞서 경험 중이었고 이를 만회하려는 듯 웨이모(Waymo) 죽스(zoox) 누로(Nuro) 등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자율주행차들이 도로를 주행했다. 비싼 임대료 지역의 상점은 주인이 바뀌었고 사무실들도 자리바꿈이 있었다.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현지 빅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 재직자들, 제2의 눔, 센드버드, 몰로코를 꿈꾸는 창업자들, 현지에서 투자기회를 만들고 있는 투자자들,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조직, 현지에서 투자활동과 스타트업 지원활동을 하는 정책금융기관과 지원기관 등 3년 이내 신규 진출한 곳을 포함해 그 숫자가 크게 늘었다. 현지에서 운영되는 한국인 커뮤니티의 회원수도 급증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미 스타트업 투자시장의 겨울나기에 익숙해진 분위기였다. 일단 밸류에이션이 몇 년 전 수준으로 조정된 성장 스타트업에서는 단기간의 업사이드 포텐셜(Upside Potential)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거나 직접 창업을 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우수한 인재를 모으기 어려웠던 초기 스타트업에나 창업하기 유리한 환경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고민은 한국보다 더 노골적인 현지의 학연, 지연, 혈연 등 인맥문화를 타개해줄 커뮤니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인도나 중국 창업자들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줄 한국인들의 커뮤니티 규모나 문화가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찾은 방법은 한국에 추가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성장단계에서 기회가 많은 실리콘밸리지만 창업 초기에 이렇다 할 지원이 약한 생태계에서 커뮤니티의 지원 대신 한국법인을 통해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받는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이 해외 창업자들에게 충분히 지원군이 돼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기회라는 인식이 강했다. 신규 모집하는 펀드는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존에는 참여할 수 없었던 펀드에 파트너로 제안이 들어오고 만나기조차 어려웠던 창업팀에 투자할 기회가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선진 생태계인 실리콘밸리에서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의 겨울은 글로벌 시각에서 본다면 기회가 되고 있었다.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곰들이 겨울잠에 들었다. 이제 여우의 세상이다. 겨울이라고 움츠러들지 말고 코로나가 재유행할 수 있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인도, 유럽, 이스라엘 모두 지금이 해외로 진출하기에 적기인 것 같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해외 생태계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글로벌 생태계로 진화하기 좋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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