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 소속 유창청소업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광양항 관리부두에서 선박에서 내린 생활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지난달 27일 광양항 관리부두에서 만난 유창청소업체 관계자에게 해양플라스틱 업사이클 현장의 애로사항을 묻자 한치 망설임 없이 '돈'을 지목했다. 이날은 원료부두에 철광석을 공급한 20만톤급 화물선 'SM라이언호'에서 내린 생활 폐기물의 분리 수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배에서 내린 톤백(물 1톤을 담을 수 있는 대형포대)을 열으니 화장지와 비닐, 깡통 등 구분없이 섞인 생활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는 작업자조차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한달 가량 항해에서 묵힌 악취가 마스크를 넘어 들어왔다.
배에서 내린 선박폐기물을 처리하는 유창청소업체가 톤백 하나당 선사에게서 받는 처리비용은 15만원이다. 업체들은 해양플라스틱 자원순환 사업 이전에는 폐기물 가운데 값어치가 있는 전자제품, 고철 따위만 간단히 추린 후 소각 혹은 매립했다고 한다. 소각·매립 비용을 쓰고 남은 돈과 재활용품을 매각한 돈이 유창청소업체의 몫이다. 지금은 배에서 내린 생활쓰레기를 뒤져 의류 재생원료로 쓸 수 있는 깨끗한 폐페트(PET)병을 따로 수거한다.
그나마도 국내에서 수거한 폐페트로 만든 재생원료의 품질은 중국산에 비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싼 맛에 중국산을 쓴다'는 말은 이 업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중국은 새 페트 원료를 섞어 순도를 높이는 것 같다'는 의심이 나오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폐페트 재생원료로 의류용 원사(原絲)를 뽑는 업계 관계자는 "조금 더 비용을 들이더라도 국산 재생원료를 쓰고 싶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탓에 중국산을 쓰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톤백 당 4만원. YGPA가 책정한 플라스틱 재활용 비용은 한창 성장 중인 우리나라 순환경제에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비용을 시장 참여자의 '선의'에 기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금액이다. 지구를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건 공짜 또는 헐값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순환경제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재활용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매기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 차원의 비용 책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