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中 경제' 살아나면 韓 반도체도 훈풍 탈까…관건은 '이것'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7.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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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표정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국 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다음달까지 반도체 동맹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국 경기는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GDP(국내총생산)가 전년 동기 대비 0.4%로 부진했으나 지난달 실물지표가 양호한 양상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3.1% 증가했다.



코로나19(COVID-19) 재확산과 대외 수요 둔화 등의 부담이 존재하지만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역 학습효과와 양호한 정책 여력 등 긍정적 요인이 우세해 보인다"면서 "또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물가 부담이 적어 경기 반등을 위한 정책대응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 시장 회복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인 메모리반도체 덕이다. 중국 내 완제품의 자국 기업 비율은 압도적이지만, 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경우 한국 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30% 가량이 중국 몫인 배경이다.



업계 한 인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에서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라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 있는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에서 D램을 만들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 역시 기대가 모이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이 최근 본격적으로 추진중인 동수서산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동부지역의 데이터를 서부지역에서 처리하겠다는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건설 계획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10개의 국가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센터 구축에는 데이터 사용 및 처리 기반인 메모리반도체가 대거 쓰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스1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스1
시장 반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걱정의 목소리도 적잖게 들린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심해질 경우 국내 기업이 입을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에 우리 정부는 다음달까지 미국이 추진 중인 이른바 '칩4 동맹'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칩4 동맹은 미국과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내놓은 구상이다.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기술 패권을 쥐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을 통한 공급망 재건에 관심을 보여왔다. 반도체가 전기차와 AI(인공지능)와 같은 미래산업은 물론 첨단무기, 우주항공 등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이란 인식이 깔려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했을 때에도 반도체는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한 즉시 이동한 삼성전자 평택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칩4 동맹 가입 요청을 한국이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내 메모리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수요가 큰 데다 반도체 산업 종주국인 미국이 보유한 핵심원천기술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인사는 "정부가 동맹 가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중국에 설명하고 중국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메세지를 보여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의 메모리반도체는 중국 기업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제품"이라며 "한국이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에 참여해 장비를 받아야 중국 기업들에게도 칩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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