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저축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할 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카드사는 2003년 카드사태로 실물 경제를 휘청이게 했던 '원죄'가 있고, 저축은행은 2012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라는 '원죄'를 지고 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나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압박에 억울함을 호소하다가도 꼬리를 내리는 이유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들의 원죄는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실제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조달에서 채권 의존도가 높은 카드사들의 조달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1년 새 여전채 금리가 3배 이상 훌쩍 뛰었다. 그나마 오른 금리로 여전채 발행도 쉽지 않다. 채권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여전채 투심이 약화하면서다. 여전채보다 만기가 짧은 CP(기업어음)이나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 등으로 급한불을 끄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각각 유동성 리스크와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관리 수준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부지불식 간에 찾아온다.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이 떨어지자 대출영업을 강화해 호실적을 유지했던 카드사나 부동산 시장 호황을 틈타 부동산 PF 영업에 몰두해 온 저축은행 모두 또다른 원죄의 굴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리스크 관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금융당국도 14차례에 걸친 카드 수수료 인하와 계속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카드사와 저축은행이 이렇게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사진=박광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