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은 건 중국산...한국산은 품질과 가격 모두 밀린다"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2.07.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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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3회): 버려진 물통, 패션이 되다④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지난달 27일 광양항 관리부두에 분류된 선박 폐기물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류돼 있다. /사진=김훈남지난달 27일 광양항 관리부두에 분류된 선박 폐기물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류돼 있다. /사진=김훈남


"재생 플라스틱 원료 중에서 가장 싸고 품질이 좋은 건 중국산입니다. 일본산은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한국산은 품질과 가격 모두 경쟁력에서 밀립니다."

버려진 페트(PET)에서 나온 재생원료를 사용해 의류용 원사를 생산하는 효성티앤씨 관계자의 냉정한 평가다. 국내에서 만든 재생플라스틱 원료는 가장 비싼데 반해 품질은 중국산이나 일본산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다. 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수거하는 과정에서 라벨 등 각종 불순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폐플라스틱의 '순환경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재생 원료의 품질 제고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10일 석유화학 및 재활용 업계에서 플라스틱 원료 가운데 페트는 의료 옷감으로 사용가능한 '고급' 재료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재생 플라스틱 칩을 고온으로 녹여 가느다란 실을 뽑아 원사로 꼬아내는 공정 특성 상 아주 작은 불순물도 곧바로 실의 강도를 떨어트려 불량을 유발한다.

대량으로 원사를 투입하는 의류 생산 공정에서 불량 원사가 들어간다면 어느 시점에서 불량 제품이 나오는 지 특정할 수 없다. 결국 페트 불순물에서 시작한 작은 불량 하나가 대규모 완제품 폐기를 부를 수 있는 탓에 제품의 신뢰성 저하를 부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페트병만 해도 불순물이 섞일 가능성이 높다. 페트병과 뚜껑이 다른 소재인 데다 아직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구형 페트병의 경우 접착제를 이용해 비닐 라벨을 붙이기도 한다. 페트병 재사용 공정에선 비중 차를 이용해 다른 성분의 플라스틱을 걸러내고 고온의 물에 삶아 접착제 성분을 걸러내지만 대량으로 처리하는 공정 특성상 미량의 불순물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한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서 투입하는 첨가물 역시 재활용의 걸림돌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전문점에서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다. 차가운 음료를 담는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의 주성분은 페트이지만 겹쳐서 보관하는 컵을 손상없이 빼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슬립제' 첨가물을 더해 마찰력을 줄이고 미끄러운 특성을 더한다.

이 첨가물은 극소량만 들어가도 의류용 원사의 강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투명페트임에도 일회용 커피컵은 재생공정에 쓰지 못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페트병에 침이나 담배 등 불순물이 포함되는 것 역시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효율을 올리기 위해선 제품 디자인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벨은 접착제 없이 손쉽게 뗄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무라벨 디자인을 사용하고, 착색 원료나 첨가물 없는 투명한 페트병을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얘기다. 소비자역시 페트병 배출 시 라벨을 제거하고 남아있는 불순물을 씻어낸 뒤 유색 페트와 구분해 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같은 페트병이라도 제조사에 따라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지는 탓에 제품마다 다른 플라스틱 성상을 균일하게 만드는 공정이 필요하다"며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 사용, 분리배출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재활용 목적을 염두에 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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