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한국계 미국인 허준이 교수 품을까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7.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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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학자대회 4년마다 시상식 개최
난제 10여 개 푼 허준이 필즈상 후보군
조합론 난제를 대수기하학 접목해 해결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 사진=기초과학연구원(IBS)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 사진=기초과학연구원(IBS)


전 세계 수학계 시선이 '필즈상'(Fields Medal) 시상식으로 향하고 있다. 필즈상은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세계적 난제를 푼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노벨상'이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39, June Huh)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집중된다.

5일(현지시각) 세계수학자대회의 필즈상 시상식이 핀란드에서 열린다. 필즈상은 만 40세 이하 수학자를 최대 4명 선정해 수여한다. 허 교수는 4년 전 세계수학자대회에서도 후보로 거론됐다. 올해 필즈상 유력 후보군에는 허 교수를 포함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등의 연구자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필즈상을 받은 경우는 없다. 아시아로 확장해도 수상자는 단 8명. 일본과 중국은 각각 3명과 1명을 배출했다. 다만 현재 해외에선 필즈상 역사 86년간 여성 수학자가 단 한 명만 수상했다며 여성의 수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평생 난제 하나 풀기도 어려운데…10여개 풀어낸 허준이 교수

허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이지만 두 살 때 부모님과 귀국해 한국에서 초중고 교육을 받은 국내파다. 서울대에서 물리천문학과 수학을 복수 전공했다. 당시 그는 대학을 6년 다녔는데, 5학년 무렵부터 수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부를 마칠 때쯤 서울대에서 초청한 필즈상 수상자 헤이스케 히로나카 교수 강의를 듣고 수학의 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는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대수기하학 연구를 시작했고 2009년 석사를 받았다. 허 교수는 박사 학위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이때부터 수학계 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2014년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학위 취득 전부터 수학계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해결한 난제는 2012년 풀어낸 '리드 추측'이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에 해당한다. 허 교수는 조합론 문제를 대수기하학으로 풀어냈다. 그는 이후 리드 추측에서 확장된 로타 추측도 마찬가지로 대수기하학적 직관을 바탕으로 조합론을 해결했다. 로타 추측은 1971년 미국 수학자 잔카를로 로타가 제시한 조합론 문제다. 이 외에도 허 교수는 수학계 난제 10여 개를 풀어냈다.

조합론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예컨대 물건 6개를 배열하는 경우의 수나 7개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모두 조합론에 해당한다. 대수기하학은 도형의 변이나 넓이 등 수량적 관계를 대수식을 써서 연구하는 분야다. 허 교수는 이처럼 다른 분야를 융합해 난제를 해결했다.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조합론의 난제를 대수기하학으로 풀어낸 혁신적인 수학자"라며 "세계적으로 업적을 낸 만큼 필즈상을 수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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