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거꾸로 가는 美대법원…이번엔 '온실가스 규제'에 제동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07.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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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권 폐기 이은 '反바이든' 판결…보수 6대 진보 3으로 기울어진 이념 지형 반영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가스가 배출되고 있다./AFPBBNews=뉴스1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가스가 배출되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연방대법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기조에 또 반기를 들었다. 국가 최고 환경 규제기관인 연방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권한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이 이번에는 환경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N 등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청정대기법에는 환경보호청이 석탄 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광 광범위하게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 6명이 이러한 판결에 찬성을, 진보 성향 3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 사용을 중단하도록 전국적인 제한을 하는 것은 현재 위기에 대한 현명한 해결책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중대한 결정은 의회 자체 또는 의회가 명확히 권한을 위임한 기관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공화당 우세 주들이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2015년 EPA의 규제가 주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며 소송을 걸었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인 '클린 파워 플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입법이 아닌 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겠다는 구상으로 EPA에 관련 권한을 부여했다. EPA는 이에 따라 미 전역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온실가스 감축을 규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온실가스 배출 정책이 다소 느슨해졌다. 하지만 4년 뒤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EPA는 관련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에 EPA의 규제 권한을 놓고 논쟁이 이어졌다.

대법원의 판결로 2030년까지 전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35년까지 '청정에너지'로 전력망을 운영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도 어그러지게 됐다"고 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대법원이 환경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자 바이든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를 후퇴시키려는 또 다른 파괴적인 결정"이라며 "합법적 권한을 사용해 공중 보건과 기후 위기를 막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 역시 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한 뒤 상원 인준 등을 거쳐 공식 임명되는데, 현 대법원의 이념 성향은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기울어져 있다. 현직 보수 성향 대법관 중 3명은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임명됐다.

대법원이 지난달 24일 내린 낙태권 폐기 결정도 시대를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충돌하는 미시시피주 낙태 금지법에 대한 위헌심판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미국은 주별로 낙태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병원들은 판결 직후 즉각 예정돼 있던 낙태 수술을 취소하기도 했다. 낙태권 옹호단체 미국 구트마허연구소는 50개 주 가운데 절반 넘는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시민들은 찬반 둘로 갈려 전역에서 시위를 이어 나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미 CBS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함께 성인 1591명을 대상으로 지난 24∼25일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9%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1%는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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