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중구 한 편의점 안. 점주 A씨가 물건 발주를 넣고 있다. A씨의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 A씨는 "치솟는 최저임금에 남는게 없으니 내가 이 가게 계약을 연장해야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있다"고 말했다. /사진= 하수민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된 30일, 서울 중구에서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점주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게 결정됐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A씨는 2020년 편의점을 시작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갈 것으로 예상하고 본사와 4년을 계약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현상유지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자영업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직원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하루치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까지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까지 자영업자들이 책임져야 할 몫이 너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로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이모씨는 "이제 영업 제한 시간도 풀려서 회식 손님도 늘어나고 한숨 돌리나 했는데 재룟값에 인건비까지, 나갈 돈만 늘어가고 있다"며 "계속 숨이 턱턱 막히는 나쁜 상황만 앞에 놓여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여야할 아르바이트생들도 최저임금 인상을 마냥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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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씨(21)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패스트푸드 매장은 올해 초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3명이 하던 업무를 2명이 해야 했다. 이씨는 "3명에서 2명으로 근무자가 줄었지만, 임금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업무가 가중됐다"면서 "근무자 입장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장 시급은 늘지만, 장기적으로 내가 설 자리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한 스포츠 의류 매장에서 근무하는 김민호(23)씨는 자진해서 월급을 적게 받았다. 김씨는 "사장님께서 올해 초에 임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선 더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코로나19로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자르고 사장님이랑 단둘이 일하면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알아서 월급을 올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먼저 말씀드렸다"고 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상헌 코로나 피해자영업 총연대(코자총)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정부 때 최저임금이 천정부지로 올라 자영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선을 넘어버렸다. 지금은 임대료보다 인건비가 더 높은 상황"이라며 "결국 을과 을의 싸움"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한다"며 "소상공인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23년도 최저임금 관련 자영업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