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 소재 한 카페 계산대에 KB캄보디아의 QR페이 기기가 비치돼 있다./사진=KB캄보디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 소재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 카드를 꺼내자 직원이 건넨 말이다. 2019년까지 미국 달러와 현지 법정통화인 리엘화 등 현금이 주로 통용되던 캄보디아의 결제 방식을 코로나19(COVID-19)가 바꿨다. 대면 결제시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진 영향이다. 프놈펜의 식당이나 상점 계산대엔 카드포스기는 없어도 QR페이 기기는 비치돼 있다.
캄보디아 내 QR페이가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높은 휴대폰 보급률에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캄보디아의 휴대폰 보급률은 129%에 달한다. 인터넷 사용률도 78.8%에 이른다. 모바일 인터넷 속도는 전년 1월 대비 45.5% 빨라진 18.96Mbps로 조사됐다.
"QR페이 가맹점 확보... 고객 계좌 늘리는 지름길"KB캄보디아가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복안은 QR페이인 '리브페이'의 확대다. QR페이 기기가 있는 가맹점에서 '리브KB캄보디아' 앱에 접속하면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하다. 현지 1, 2위 은행인 ABA은행과 아클레다은행도 QR페이를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ABA은행의 경우 캄보디아 내 15만대 이상의 QR페이 기기를 설치해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구체적으로 가맹점 고객 계좌에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방안이 있다. 통상 QR페이를 위해 가맹점주들이 만든 계좌의 수신금리는 없거나 0.1% 정도에 불과하다. KB캄보디아는 수신금리를 높이면 더 많은 가맹점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가맹점 고객이 대출을 받을 때 금리를 우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안기영 KB캄보디아 부법인장은 "ABA은행, 아클레다은행에 비해 아직 QR페이 기기가 적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가맹점 고객 외에도 QR페이를 통해 일반 고객들이 전기세, 수도세, 학자금, 아파트 관리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낼 수 있도록 제휴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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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한 비대면 상품으로 디지털 금융시장 공략"
이정섭 KB캄보디아 디지털본부장은 "KB스마트론은 현지에서 비대면으로 고객의 신용평가를 한 최초의 상품"이라며 "비대면 본인인증을 통해 고객은 영업점 창구에 방문하지 않고도 셀프카메라로 5~10분만에 한도와 금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캄보디아에서는 비대면으로 이체는 가능하지만, 계좌개설은 불가능하다. KB캄보디아는 현지 당국으로부터 비대면 인증에 대한 승인을 받은 만큼 9월이면 비대면으로 예금계좌 개설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지면 일이 많아 오프라인 지점에 들를 수 없는 고객도 새롭게 확보할 수 있다"며 "법인들과 계약을 통해 급여이체 계좌를 늘리는 방식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DI 프라삭과의 통합 후 디지털 조직 확대 개편"
프라삭과의 통합을 통해 KB캄보디아는 현지 리딩뱅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소액대출뿐 아니라 상업은행을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프라삭의 규모는 4위 수준이다. 올 1분기 기준 프라삭의 자산 규모는 45억4700만달러다. 당기순이익은 4930만달러를 기록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프라삭의 2020년 말 자산규모는 36억1500만달러였고, 순이익은 1억달러 수준이었다. 올 1분기 KB캄보디아의 경우 자산 규모는 4억9000만달러, 순이익은 370만달러로 집계됐다.
캄보디아 당국은 내년 말까지 KB캄보디아와 프라삭의 통합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과 관련한 조직을 개편하고 현지 개발자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해외법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화'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KB캄보디아와 프라삭 모두 현지 출신 위주로 인력을 운용 중이다. 5월 말 기준 KB캄보디아의 직원 263명 가운데 한국인은 7명이고, 9356명의 프라삭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9명에 불과하다.
이 본부장은 "아직까지는 한국에 있는 개발자가 동남아 법인 앱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며 "한국 개발자가 리브KB캄보디아 외 다른 앱들도 관리하기에 집중이 분산되기도 하고, 소통이 더딜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삭과의 통합 후 조직을 개편과 더불어 앱도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통해 온전히 캄보디아의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