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박12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지난 18일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한 뒤 삼성의 배터리 사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삼성의 배터리 사업은 SK나 LG와 달리 그동안 시장에서 삼성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귀국 메시지에 배터리업계 경쟁사가 촉각을 곤두세운 눈치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보인 행보에 비춰도 이번 언급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다. 이 부회장은 꽤 오랫동안 그룹 부회장보다는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하면서 배터리 사업 현안과 거리를 뒀다. 지난 7일 출국 당시 삼성SDI 최윤호 사장과 경영진이 동행했고 이후 이 부회장이 헝가리 공장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삼성에선 '비행기에 함께 탔을 뿐 일정은 겹치지 않았다'고 진화했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이런 전략을 두고 기술 차별화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은 차별화된 기술이 자생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한다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사업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이 배터리 사업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가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배터리를 뛰어넘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고 업계 최초로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를 선보이면서 하이엔드 전략을 내세우는 것도 기술 우위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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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 이후 배터리 일정을 깜짝 공개한 데도 이런 기술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을 관통하는 경영 기조가 기술력이고 배터리 사업전략에서도 당장의 점유율보다 기술력으로 시장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귀국 현장에서 "저희가 할 일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의 출장 동선을 보면 시기마다 삼성이 중요하게 여기는 미래먹거리 사업이 드러난다"며 "이번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라고 말했다. 삼성이 배터리 시장에서 진검승부에 나설 시점이 멀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