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문화재청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지난 3월 미국 경매장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온 16세기 조선회화 작품인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를 언론에 공개했다. 국내에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문화재청은 다음달 7일부터 9월25일까지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에 내놓을 예정이다.
독서당계회도는 조선시대 관료들이 '독서당'(讀書堂)에 모인 모습(계회·契會)을 그린 그림이다. 조선 초기엔 젊고 유능한 문신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인재 양성제도인 '사가독서'(賜暇讀書)가 있었는데, 집 대신 학문을 연구하게 만든 장소가 독서당이다.
서울대박물관을 비롯해 국내에도 2점의 독서당계회도가 존재하고 있지만, 문화재·미술계는 유독 이번 독서당계회도의 귀환에 열광하고 있다. 그만큼 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가로 72.4㎝, 세로 187.2㎝에 달하는 큰 크기에도 보존상태가 훌륭하단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역사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독서당계회도는 참석자 이름과 관직명을 통해 제작연도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옥수동 인근에 있던 독서당의 상세한 위치까지 비정할 수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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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순 덕성여대 교수는 "참석자들이 관복을 입고 있어 공적연회로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청색 안료가 칠해져 있는 등 다른 작품과 비교해 화법이 뛰어나단 점에서 궁중 화가인 '화원'이 그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지극히 적은 초선 초기 회화의 공백을 메꾸는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 타지 떠돌던 보물, 경매장서 되찾아
독서당계회도는 오래전부터 국내 고미술사 학자들 사이에서 연구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꼽혔지만 제대로 된 연구성과는 없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국외로 반출돼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동양학자이자 교토국립미술관 초대관장을 맡았던 간다 기이치로가 개인 소장하고 있어 국내에 연구·전시될 수 없었다.
간다 기이치로 사망 이후 한 차례 소장자가 바뀐 독서당계회도는 올해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진행된 '일본과 한국 고미술 경매'에 출품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중심으로 문화재당국이 전문가 검토와 긴급매입심의위원회를 열고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당시 경매결과에 따르면 69만3000달러(약 8억400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당국은 2012년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중심으로 국외소재문화유산 환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매입사업은 복권기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취임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외문화재 환수 행정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 청장은 "국외로 반출된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