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줍줍' 본격화?…'증시 피난처'에서 한달새 20조 빠져나갔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6.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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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증시 피난처' 혹은 기관의 증시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MMF(머니마켓펀드)에서 한 달 새 20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석은 분분하다. 기관의 저가 매수 흐름이라는 점에서 증시 반등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오히려 투자심리가 더 악화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MMF 설정액은 157조5650억원으로 올해 고점이던 지난달 17일 176조9711억원보다 11%(19조4061억원) 급감했다. 한 달 사이에 MMF에서 20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MMF는 CP(기업어음), CD(양도성예금증서), 콜론(초단기채권) 같은 만기 1년 이하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짧은 기간 예치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기관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기 전에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용도로 많이 활용된다. 개인투자자로 치면 주식 예탁금과 유사한 역할이다.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적어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주식 시장이 흔들리면 기관들이 증시에서 자금을 빼 MMF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증시 피난처'라고 불리는 이유다. 반대로 증시가 반등해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MMF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렀던 2014년까지는 이런 경향이 뚜렷했다. 2006년 초 1300대였던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11월 2000대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MMF 72조6000억원에서 47조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11월 코스피 지수가 900대까지 떨어지자 MMF는 2009년초까지 126조원으로 급증했다.

양적완화가 본격화한 2009년부터는 다시 양상이 바뀌었다. 코스피 지수는 2008년 저점을 찍고 2011년5월 2200대까지 급등했다. 반면 120조원이 넘었던 MMF는 2011년8월 5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MMF와 코스피 지수와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26으로 나타난다. 상관계수가 음수라는 것은 두 변수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2014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상승 랠리가 시작되면서 코스피와 MMF는 대체로 비슷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 몰렸고 대기자금인 MMF도 덩달아 늘었다. 증시가 훈풍일때 개인투자자 예탁금이 늘어나는 것과 유사하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올해에는 MMF가 다시 증시 피난처 역할을 하는 중이다. 코스피 지수가 올해 4월 2700대에서 5월 2500대로 급락하는 동안 MMF는 154조원에서 177조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피난처에서 빠져나온 돈 20조원은 어디로 갔을까. 일반적으로는 MMF의 계절성을 원인으로 꼽는다. 통상 기관은 월초나 분기초 MMF에 자금을 넣고 월말이나 분기말에 자금을 뺀다. 기관에 필요한 자금을 집행하거나 분기 재무제표 작성 전 금융상품을 현금성 자산으로 돌리기 위한 차원이다. 이달 MMF가 급감한 것은 반기 마감을 앞두고 계절성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계절성 요인 치고는 자금 유출 규모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MMF 자금 중 일부가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관이 지금을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들어 5월까지 국내 증시에서 8조3000억원을 순매도한 기관은 최근 한 달 동안 반대로 1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기관 자금 1조2600억원이 급격하게 유입됐다.

이 기간(6월15~21일)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 (78,000원 ▲500 +0.65%)(2980억원)다. 이어 삼성SDI (443,500원 ▲9,500 +2.19%)(2024억원), LG화학 (405,000원 ▲2,500 +0.62%)(995억원), 엘앤에프 (158,200원 ▼5,700 -3.48%)(744억원), SKC (113,900원 ▲3,500 +3.17%)(527억원) 등 배터리 관련주를 집중 매수했다.

MMF와 코스피가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던 사례를 고려하면 최근 MMF 감소와 기관의 순매수 전환은 증시 반등의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증시 피난처에서 자금이 빠져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정도 위험추구 성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주식이 아니라 오히려 MMF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옮겨간 것이란 해석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시중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MMF 수익률이 이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콜론이나 보다 안전한 예적금 등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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