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로켓' 자립 난관 묻자 울컥…말 잇지 못한 '누리호 사령탑'

머니투데이 나로우주센터(고흥)=김인한 기자 2022.06.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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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2차 발사 성공, 연구진 환호·울컥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 "각고의 노력했다"

'국산 로켓' 자립 난관 묻자 울컥…말 잇지 못한 '누리호 사령탑'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1일 누리호(KSLV-II)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감정에 북받쳤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개발 12년 중 4년을 핵심 연구자로, 나머지 8년은 개발 사업을 이끈 '한국형발사체 사령탑'이다.

고 본부장은 이날 오후 5시 10분 전남 고흥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한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누리호 개발 과정의 난관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가다듬은 그는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고 답변을 이어갔다.



고 본부장은 "연구진이 2015·2016년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로켓 연소의 불안정을 해결하려고 1년 넘게 각고의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추진제 탱크 제작 공정이 잘 설계되지 않았다"며 "기술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언제 발사체를 만들지도 모르는 깜깜한 시점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 본부장은 75톤급 액체엔진 시험이 누리호 개발에 핵심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누리호 개발을 통해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누리호는 1단부에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묶음)했다. 2018년 11월 시험 발사를 통해 액체엔진 성능을 검증했다.



고 본부장은 "우리가 액체엔진 연소시험을 원하는 대로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다"며 "시험이 잘못되면 사업 자체가 잘못되기 때문에 걱정했던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했던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울컥했다. 권 정책관은 "30년 노력이 오늘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며 "많은 분들과 선배들의 노력의 대가가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항우연 연구진 환호, 각오 다지기도

누리호가 이날 고도 700㎞에서 초속 7.5㎞ 속도를 내고, 성능검증위성을 목표궤도에 안착시키자 항우연 연구진도 환호했다. 연구진은 누리호가 정상비행했다는 방송이 나올 때마다 박수와 탄성을 질렀다. 다만 고 본부장은 오늘 성공해도 내일 실패할 수 있는 기술이 로켓이라며 앞으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고 본부장은 "오늘 결과가 잘 나와 연구진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면서도 "누리호를 통해 첫 발걸음을 뗐다.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 할 수 있는 일이 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도 "그동안 우리나라가 많은 발전을 해왔지만 (현재는) 약간 주춤하고 있는 시기"라며 "우주를 통해 우리가 조금 더 도전적으로 큰 꿈을 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항우연은 2027년까지 총 4차례 누리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누리호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고, 우주 산업을 조성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한민국 우주 하늘이 활짝 열렸고,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뤘다"며 "무에서 유 창조한 것과 다름 없는 발사체 기술 개발 위해 오랜 기간 땀과 눈물 열정 쏟아주신 대한민국 모든 연구원, 기업 관계자들에게 뜨겁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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