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석탄발전 역주행 보는 韓 에너지업계 "일시적, 탈탄소 큰방향 굳건"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6.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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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지난 4월 (현지시간) 러시아로 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된 폴란드 바르샤바의 가스관 모습.   (C) AFP=뉴스1  (바르샤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지난 4월 (현지시간) 러시아로 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된 폴란드 바르샤바의 가스관 모습. (C) AFP=뉴스1


러시아가 유럽을 향한 가스 공급 축소에 나서면서 유럽 주요국이 석탄 발전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국내 에너지 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이 유럽 동절기 에너지 비축분 확보를 위한 '임시방편'이기에 탄소중립의 큰 물결은 바꾸지 못할 것이며 결국 재생에너지 확보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독일, 오스트리아 정부가 동절기 에너지 수급난에 대비해 석탄 발전량을 늘리는 조치를 결단한데 이어 네덜란드, 덴마크 등 다른 유럽 국가도 석탄 화력 발전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에 착수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 20일 석탄 화력 발전 생산 제한 정책을 거둬 들이고 '에너지 위기 계획' 1단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도 러시아의 공급 불확실성 탓에 '긴급 가스 계획' 첫 단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적 폐지를 약속했던 석탄 화력 발전 재가동 카드를 급하게 다시 꺼내 든 것은 러시아가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을 급감시키면서 동절기에 대비한 에너지 비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유럽국들은 수요가 적은 여름 천연가스를 비축해 수요가 많은 겨울을 대비해왔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현재 가스 비축량은 57%에 불과하다. 독일 정부는 10월1일까지 80%, 11월까지 90%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DW는 "재생에너지는 현재 (독일 전력 구성에서) 약 42%를 차지하지만 생산 능력을 빠르게 증가시키긴 불가능하다"며 러시아에서 가스를 공급받는 게 불안정해진 독일이 화력발전을 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원자재가가 급등해 민생고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도 값싼 석탄 화력발전을 택한 이유다.

지난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량을 추가 감축한다고 밝혔다.

당시 가스프롬 측은 감축 이유에 대해 '서방 제재로 인한 부품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러시아측 주장은 단순 핑계일 뿐"이라고 하는 등 유럽국 대부분이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발해 가스 자원 무기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국내 에너지 업계는 최근의 '탈탄소' 트렌드를 주도하다시피 했던 유럽 각국이 석탄발전 재가동에 돌입하는 양상을 예의주시중이다.

각국이 화력발전에 나선 이유로 '동절기 에너지 비축분 확보'란 이유를 든 만큼 아직까지 유럽 각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시적'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대부분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본부장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유럽으로서는 미봉책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탄소중립이란 장기 목표에는 변함이 없겠으나 여름 전력 수요가 폭발하거나 동절기 한파 에너지 수요 급등 등 단기 위급상황에 유럽 각국이 어떻게 해서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베로도네츠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C) AFP=뉴스1  (세베로도네츠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C) AFP=뉴스1
지난해부터 속속 '넷제로'를 선언했던 국내 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현재 유럽의 화력발전 재개 움직임이 각 기업 탄소중립 전략을 수정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석탄이란 저가 연료로 공장을 돌려 물건을 생산한다면 단기적으로 해당국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으나 향후 탄소배출권 가격, 탄소세 등이 오를 것임을 감안하면 그래도 넷제로 정책이 큰 방향에서 맞다"며 "넷제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유럽으로서는 그동안 한 국가에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둔 게 한 나라 물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단 점에 대해 이번 기회에 크게 깨닫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각성을 토대로 오히려 친환경 정책에 더 힘을 낼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그 때를 대비해서 친환경 정책을 계획대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장기적 노력을 후퇴시키지 말아 달라"며 "재생에너지 투자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유럽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안보 위기를 국내에서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꾸준히 흘러 나온다.

이 본부장은 "현재 정부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는 것도 국내 에너지 수급을 안정화하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사태 발생시에는 우리나라도 석탄 화력 발전으로 긴급 대응할 수 있도록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화력발전원을) 남겨 둔다랄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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