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업소 CCTV까지 '탈탈'…호시탐탐 해킹 때문에 뜨는 이 기술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2.06.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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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ABCD] 윤지원 SDT 대표

윤지원 SDT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윤지원 SDT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올해 초 한 러시아 웹사이트가 전 세계 1만7000개 IP카메라 영상을 그대로 생중계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 중 한국 영상은 2600개나 된다. 영상들은 실제 길거리나 주차장, 학원 내부, 심지어 만 19세 미만은 출입이 제한된 마사지 업소를 찍고 있었다.

이처럼 도심 곳곳에 설치된 CCTV가 24시간 일상을 엿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해킹을 막을 대표적 보안기술로 양자암호통신이 주목받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역학을 활용해 광자(빛 알갱이)에 정보를 담아 데이터를 보호하는 통신기술이다. 해커 등 제3자가 접근하는 즉시 데이터가 훼손되므로 도·감청을 막을 수 있다.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국내 HaaS(서비스형 하드웨어) 스타트업 SDT의 윤지원 대표에 따르면 SDT는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IST)이 독자 개발한 양자암호통신장치 기술들을 이전받았다.

그 중 하나는 '양자 키 분배(Quantum Key Distribution, QKD)' 관련 장치다. 기존 QKD 장치는 서버 한 대로 시스템 하나만 연결할 수 있었다면, SDT가 받은 기술로는 서버 하나로 여러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송신부 시스템도 저렴한 부품으로 구성해 상용화 문턱도 낮췄다. 또 순수 난수를 발생시키는 양자난수발생(Quantum Random Number Generation, QRNG) 기술과 양자 상태를 정밀 측정하는 동시계수 측정(Coincidence Counting Unit, CCU)도 이전받았다.



SDT는 3년 내 이 기술들을 적용한 CCTV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윤 대표는 "양자암호통신 기반 CCTV는 해킹이 원천 불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외에 SDT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한 기업용 VPN(가상 사설망)과 데이터 스토리지 제품 등도 내놓는다.

SDT "고객이 원하는 모든 기능, 맞춤형 모듈로 구현"
윤지원 SDT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윤지원 SDT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올해로 창업 6년 차 스타트업 SDT가 유수 IT기업들을 제치고 핵심 기술을 이전받은 비결이 있을까. SDT는 HaaS를 지향하는 제조기업이다. HaaS는 디바이스 관제와 실시간 대시보드, 기기 인증 등 기능을 일종의 벽돌 개념인 '모듈'로 만들고 고객이 원하는 모듈만 조립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똑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을 찍어내는 제조기업들과 달리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제품 공급 후에도 고객 요청에 따라 기능을 더하거나 빼는 것도 가능하다. HaaS엔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와 클라우드 인프라(IaaS), 플랫폼(P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술이 모두 필수다.


특히 윤 대표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와 전자공학을 전공한 '찐 물리학도'다. 그때부터 양자암호와 양자컴퓨팅이 언젠가는 새 기술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거란 믿음도 있었다. 창업 전 병역특례로 근무한 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는 광자 기반 양자정보 연구도 진행했다. 윤 대표는 "양자암호통신 상용화엔 기술 이해는 물론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도 필요하다"며 "특히 국내에선 HaaS를 지향하는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SDT는 현재 국내 주요 중공업 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 올해 정부 국책사업 수주와 시리즈B 라운드 투자유치를 목표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전천후로 제공하는 XaaS(Anything as a service)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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