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상 찍고 급락' 노터스…'무증'으로 뜬 기업들, 지금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6.17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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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상 찍고 급락' 노터스…'무증'으로 뜬 기업들, 지금은


최근 무상증자 이후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추격 매수세도 몰린다. 무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기업가치가 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섣부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조광ILI (732원 ▼14 -1.88%)는 전일 대비 가격제한폭(30%, 2440원) 까지 오른 1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 마감 이후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한 영향이다. 이날 장 시작과 함께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고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한가 매수 주문만 약 1600만주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용 배관을 생산하는 조광ILI는 지난해 총 매출액 315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 급감하며 부진했지만 무상증자 소식 하나에 주가는 급격하게 반응했다.

온라인 여성 의류업체 공구우먼 (5,120원 ▼50 -0.97%) 역시 지난 14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발표하면서 당일과 그 다음날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주당 신주 8주를 지급하는 역대급 무상증자를 발표한 바이오 업체 노터스 (3,780원 ▼80 -2.07%)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기록을 썼다.



무상증자는 이익잉여금이나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주주환원 정책의 일종이다. 시가총액이나 총 자본금의 변화는 없지만 유동주식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기업이 잉여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준다는 점에서 재무구조가 양호하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리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기업가치가 변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무상증자라는 재료 하나만으로 투자하기엔 위험이 따른다. 단기적으론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가는 원래 제자리는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1월3일~6월14일) 무상증자를 실시한 기업 33곳의 주가를 살펴보면 무상증자 공시 다음날 주가는 공시 전일 대비 평균 9.6% 상승했다. 5일째에는 8.5%, 10일째 9.5%, 20일째는 21.9% 상승률을 나타냈다.


주가가 장기간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주가가 과도하게 튄 노터스로 인한 착시현상이다. 노터스를 제외하면 기간별 평균 수익률은 △1일 9.2% △5일 6.7% △10일 6.3% △20일 1.47% 등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진다. 공시 첫날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의미다.

무상증자 공시 다음날 매수를 가정하면 수익률은 확 떨어진다. 5일째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0.8%(이하 노터스 제외 기준)다. 10일째는 마이너스 1.3%, 20일째는 마이너스 5.2%다.

6연상을 기록했던 노터스는 지난 13일 최고 4만3750원을 찍고 급격히 추락했다.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난 2만200원이다. 공구우먼 역시 2연속 상한가 이후 이날 주가는 16.46% 급락했다. 섣불리 추격 매수에 나섰다간 막심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기업가치가 변하는 게 아닌데도 1주당 배정주식수가 많을수록 주가는 더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 무상증자 기업 33곳 중 27곳이 1주당 1주 이하 배정을 결정했다.

이들 기업의 공시 전일 대비 평균 주가 상승률은 △1일 6.9% △10일 5.8% △20일 0.43%로 갈수록 떨어진다. 반면 1주당 1주 초과 배정 기업은 △1일 21.4% △10일 28.2% △20일 145%로 상승폭이 더 컸다. 신주를 더 많이 주는 기업은 그만큼 잉여금이 많은 기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학계의 연구에서도 무상증자로 인한 장기적 주가 효과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박영규 가톨릭대 교수의 지난해 연구(주식배당과 무상증자의 주가와 유동성효과)에 따르면 무상증자 공시 이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지만 관측기간을 확대할수록 이런 효과는 사라졌다. 오히려 장기 보유시 초과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박 교수는 "주식배당과 무상증자는 단기적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장기주가에는 오히려 부정적"이라며 "무상주 발행만으로 기업가치는 제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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