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길고양이 학대범이 익명성 강한 메신저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 만삭인 길고양이 삼색이(왼쪽)의 눈을 학대범은 나무 봉(오른쪽)으로 터트렸다. /사진제공=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
방에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도 들어와 있었다. 캣맘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A씨를 추적했다. 그 결과 A씨를 경기도 동탄·용인에서 찾았다. 그는 키 약 170cm 왜소한 20대 후반 남성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A씨는 동물권단체 활동가에게 '나도 한때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텔레그램에 잔인한 사진을 올렸다가 인정받은 후로 학대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양이들에게 밥도 줘서 친해진 다음 학대를 했다. 현재 경기 화성동탄경찰서가 A씨 사건을 수사 중이다.
단순히 동물을 '때리는' 수준의 학대가 아니다. 지난 1월 인터넷에는 갈색 고양이를 철제 포획틀에 가두고 산 채로 불태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비판이 거세자 작성자는 "더 많은 고양이를 태워야겠다"고 새 글을 올렸다.
고양이만 학대당하는 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인터넷에 햄스터 팔다리를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십자가에 묶은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옷장에 3시간 묶었더니 눈색이 하얘졌다"며 "백내장 온 것 아니냐"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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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대범들 글을 모아놓는 SNS 계정도 생겼다. 그러자 한 학대범은 지난 19일 '계정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양이를 죽이겠다'는 글을 올렸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학대범은 고양이 학대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고양이 머리를 절단하고, 불태운 사진들이었다.
학대범이 펫숍 가면?...제한 없이 또 동물 살 수 있는 현실
지난 20일 오전 0시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고양이 최소 열마리를 학대하고 인증한 글들이 올라왔다. 전날 고양이 학대범들 기록을 남기는 SNS 계정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벌인 일이다./사진=독자 제공.
미국과 유럽연합은 징역형도 수 차례 내릴 정도로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높을 뿐 아니라 성범죄자 신상 공개처럼 동물 학대자의 실명과 사진을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한다.
확실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는 동물학대를 논의 대상으로 선정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