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고양이 눈을 막대로 '콱'…동물학대를 자랑하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하수민 기자 2022.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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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판 N번방]①한달 평균 500여건 신고...낮은 양형기준이 재범 부추겨

편집자주 동물학대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온라인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동물을 불로 태우고, 꼬리를 자르고, 철사로 묶는 등 잔혹하게 학대한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추적이 어려운 탓에 '동물학대 인증방'은 텔레그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동탄 길고양이 학대범이 익명성 강한 메신저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 만삭인 길고양이 삼색이(왼쪽)의 눈을 학대범은 나무 봉(오른쪽)으로 터트렸다. /사진제공=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동탄 길고양이 학대범이 익명성 강한 메신저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 만삭인 길고양이 삼색이(왼쪽)의 눈을 학대범은 나무 봉(오른쪽)으로 터트렸다. /사진제공=동탄 길고양이 학대 최초 제보자.


한쪽 눈이 있을 자리에 붉은 피가 고여있었다. 지난 3월 한 텔레그램 방에 올라온 만삭 고양이 사진이었다. 작성자 A씨는 나무 막대 사진을 함께 올렸다. 그는 '이걸로 눈을 터뜨렸다'고 했다. 한마리만 당한 게 아니었다. A씨는 한달 동안 고양이 머리를 절단하고, 내장을 파고, 철제 틀에 가둔 채 물고문한 사진도 올렸다.

방에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도 들어와 있었다. 캣맘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A씨를 추적했다. 그 결과 A씨를 경기도 동탄·용인에서 찾았다. 그는 키 약 170cm 왜소한 20대 후반 남성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A씨가 일하는 편의점과 집 근처 곳곳에 사체가 있었다. 발견된 사체는 50여구. 사지가 꺾이고 불에 그을려 있었다. 도구들도 찾았다. 톱과 망치, 삽이 있었다. 찜솥, 그릴판도 쓴 모양이었다. 고양이 털과 살점이 붙어있었다.

A씨는 동물권단체 활동가에게 '나도 한때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텔레그램에 잔인한 사진을 올렸다가 인정받은 후로 학대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양이들에게 밥도 줘서 친해진 다음 학대를 했다. 현재 경기 화성동탄경찰서가 A씨 사건을 수사 중이다.



"여기 동물이 학대당합니다" 한달 평균 신고 500여건...수위가
만삭 고양이 눈을 막대로 '콱'…동물학대를 자랑하는 사람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한달 평균 518건씩 '동물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단순히 동물을 '때리는' 수준의 학대가 아니다. 지난 1월 인터넷에는 갈색 고양이를 철제 포획틀에 가두고 산 채로 불태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비판이 거세자 작성자는 "더 많은 고양이를 태워야겠다"고 새 글을 올렸다.

고양이만 학대당하는 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인터넷에 햄스터 팔다리를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십자가에 묶은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옷장에 3시간 묶었더니 눈색이 하얘졌다"며 "백내장 온 것 아니냐"고 글을 썼다.


이런 학대범들 글을 모아놓는 SNS 계정도 생겼다. 그러자 한 학대범은 지난 19일 '계정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양이를 죽이겠다'는 글을 올렸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학대범은 고양이 학대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고양이 머리를 절단하고, 불태운 사진들이었다.

학대범이 펫숍 가면?...제한 없이 또 동물 살 수 있는 현실
지난 20일 오전 0시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고양이 최소 열마리를 학대하고 인증한 글들이 올라왔다. 전날 고양이 학대범들 기록을 남기는 SNS 계정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벌인 일이다./사진=독자 제공.지난 20일 오전 0시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고양이 최소 열마리를 학대하고 인증한 글들이 올라왔다. 전날 고양이 학대범들 기록을 남기는 SNS 계정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벌인 일이다./사진=독자 제공.
동물학대범의 반려동물 소유권을 제한하고 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경우 동물복지법에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동물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징역형도 수 차례 내릴 정도로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높을 뿐 아니라 성범죄자 신상 공개처럼 동물 학대자의 실명과 사진을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한다.

확실한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는 동물학대를 논의 대상으로 선정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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