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을 일반 기업 노조가 이어받을 것을 우려한다. 화물연대가 강도높은 실력행사를 바탕으로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성향인 만큼 임기 초 노동자 단체가 집결해 기싸움을 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여기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자동차 업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최근 3년여간 자동차 업계는 조용했으나 이번에는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이라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데, 정년연장 및 신규 인원 충원이 협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도 도마에 올랐다.
철강·조선업계 노조도 올해 임단협에서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공동교섭을 추진한다. 노조들이 공동 교섭을 통해 동종사들의 기본급과 성과급 등을 상향 평준화하는 동시에 교섭 결렬 시 강도 높은 파업을 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당초 우려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종료됐지만, 이 기간 동안 산업계가 입은 피해는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7~12일 6일동안 자동차·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약 2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본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택배, 자동차, 조선업계에서 연쇄적으로 파업이 발생하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국내 경제는 버티기 쉽지 않다. 전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금리가 국내 경제를 덮쳐오는 이 때에, 노조가 파업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노동계의 하투(夏鬪, 여름 투쟁)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