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는 천재일우, 또 멈추면 정말 끝난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06.2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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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금융위기에서 코로나까지…글로벌 기업 10년의 흥망성쇠④

/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불리는 국내 플랫폼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세안 전역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고 수백만~수천만명의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IT 업계 취준생의 선망이 됐다는 점 등이다. 이들 기업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과 협소한 플랫폼 시장 등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 대표 IT서비스 기업이 됐다.

업계에서는 제2의 네카라쿠배를 이끌어내려면 더는 혁신과 규제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IT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길러내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민간 주도의 경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3대 신산업으로 꼽히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활성화될수록 소비자 이익이 증대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네카라쿠배의 급속한 성장을 이례적인 성과로 평한다. 자체 플랫폼으로 배달·택배·메신저 등 여러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다는 점에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은 외국에 비해 정책적 제한이 많지만 (네카라쿠배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통해 시장에 안착했다"며 "IT 서비스 등 신산업 저변이 미약한 국내에서 이들 기업의 출현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은 최근 몇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내 주요 기관의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회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겠다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통위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는 네카라쿠배 대표들이 줄줄이 불려나갔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이 기업의 독과점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진입을 막아 신산업 육성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도한 규제는 경쟁 자체를 틀어막고 신산업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과 똑같다"며 "플랫폼 기업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사회 인식과 이에 기반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제2의 네카라쿠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대면 수요를 넘어선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국제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의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IT시장 규모 5318조원에 비해 국내 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로 2%에 그친다.

정부는 지난 14일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신산업 분야 규제 33건을 개선하는 등 규제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는 늦었지만 불합리한 규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해외 시장에 비해 국내 IT 기업들의 규모가 작은 데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가 기업들의 성장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주도의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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