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천장 뚫은 휘발윳값…다시 힘받는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론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6.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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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휘발유 평균 가격 사상 첫 갤런당 5달러 돌파,
1년 간 70% 이상·바이든 취임 후 두 배나 올라…
예상치 못한 인플레에 6월 자이언트스텝 전망도,
0.75%p 인상 이뤄지면 1994년 이후 약 28년만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예측됐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휘발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다. 물가안정을 위해 단행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카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오는 14~15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층 더 가파른 속도의 통화긴축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논의가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美 천장 뚫은 휘발윳값…다시 힘받는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론
미 휘발윳 값, '갤런당 5달러' 첫 돌파…"바이든 취임 후 두 배 올라"
11일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갤런(3.87리터)당 5.004달러로 상승했다. 미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州)별 기준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갤런당 6.43달러의 캘리포니아주로, 가장 저렴한 조지아주(갤런당 4.467달러)와 무려 2달러나 차이가 난다. 또 휘발유 평균가가 갤런당 5달러를 웃돈 지역은 미국 전체 50개 주 중 22개로 절반에 달한다.



미 휘발유 가격은 코로나19 도시 봉쇄,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지난 1년 동안에만 무려 70% 이상이 상승했다. 특히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두 배 이상이 뛴 셈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문제는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휘발유 상승세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거란 점이다. '드라이빙 시즌'은 5월 말 메모리얼 데이부터 9월 노동절 연휴까지의 기간으로, 미국 내 휘발유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다. JP모건은 5월 보고서에서 드라이빙 시즌 폭발한 수요에 미 휘발유 평균 가격이 오는 8월 갤런당 6.2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 업계의 증산 거부도 휘발유 가격의 추가 상승 전망을 뒷받침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 정유업체들의 생산량 확대를 허용했다. 하지만 고유가에 현금 보유량을 늘린 업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압박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은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
"인플레 정점 멀었다"…연준 '자이언트스텝' 나설까
휘발유 가격의 추가 상승 전망은 미국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압박이 더 커질 거란 의미로도 읽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는데, 이 중 휘발유 가격 상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였다.

앞서 시장은 지난 4월 CPI 상승률(8.3%)이 전월(8.5%) 대비 0.2%포인트 줄어든 것과 관련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5월 CPI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8.3%)를 넘어선 것은 물론 1981년 12월 이후 약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시장은 물가상승 압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하며 연준의 통화 긴축 행보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이번 주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서 앞선 예고를 뒤엎는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행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추락했다.

美 천장 뚫은 휘발윳값…다시 힘받는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론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7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91% 추락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S&P500이 이틀 연속 2% 이상의 급락세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22~23일 이후 2년여 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3.52% 미끄러지며 6월에만 6.14% 하락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6월과 7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면서도 0.75%포인트 인상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스·제프리스, 회계법인 그랜트 손턴 등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봤다.

그랜트 손턴의 다이앤 스윙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트위터에 "연준은 공급이 제한된 세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수요를 줄여야 한다"며 연준의 6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한 표를 던졌다. 만약 이들의 예상대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게 되면 이는 옐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약 28년 만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춤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골드만삭스는 "(5월 CPI 결과로) 연준은 6월과 7월은 물론 9월에도 기준금리를 종전 전망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9월 FOMC 0.25%포인트 인상 전망을 0.5%포인트 인상으로 수정했다. 다만 6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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