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1억배 속도 '양자컴' 개발, 50개 산학연 뭉쳤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6.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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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 양자역학 원리 활용한 미래 첨단기술
슈퍼컴보다 1억배 빠르고 '양자 암호화' 가능
"2026년까지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구축"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 본원을 방문해 양자컴퓨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 본원을 방문해 양자컴퓨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오는 2026년까지 기업·대학·연구소 등 50여개 기관과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 대비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고 양자 암호화가 가능한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도국과 기술 격차가 극명해 산학연 역량을 결집해 추격에 나서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 본원에서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구축 및 양자인터넷 개발 착수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업 주관기관인 표준연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24개 참여기관과 삼성디스플레이·LG전자 등 29개사가 함께했다. 정부는 '2030년 양자기술 4대 강국'을 목표로, 양자컴퓨터와 양자인터넷에 올해부터 5년간 각각 490억원과 456억원을 투입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기술은 미래시대의 새로운 패권기술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선도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고 투자 예산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앞으로 5년 내 양자컴퓨터가 실용적 문제해결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우리가 신속 추격하지 않는다면 양자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도전의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장관은 "50큐비트급 양자 컴퓨터와 양자 인터넷 개발은 현재 우리 기술 수준과 인력 규모를 감안하면 어려운 도전이지만 기술은 물론 산업과 안보 관점에서 분명히 가야 하는 길"이라며 "산학연이 협력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 뭐길래…"세계 3번째급 양자컴 구축 목표"
표준연은 2026년까지 초전도 방식의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성한다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다. 양자컴퓨터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정보처리에 직접 사용하는 미래형 최첨단 컴퓨터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통상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이상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양자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 체계가 다르다. 일반 컴퓨터는 정보 표현 단위가 0과 1의 이진법을 활용한 비트(bit)가 기본 요소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인 양자상태와 1인 양자상태가 1개 큐비트(quantum bit)에 담기게 된다. 큐비트는 0과 1을 중첩해 나타낼 수 있다. 예컨대 기존 컴퓨터가 동전 앞뒷면처럼 0과 1만 표현했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은 물론 중첩이 가능해 동전이 수직으로 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기술 경쟁에서 20년 이상 벌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IBM은 올 하반기 43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시작으로 내년 1000큐비트, 2025년 4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늦었지만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에 착수하고, ETRI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36년 양자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목표다. 또 양자 정보 전달용 유·무선 중계기를 개발하고 양자메모리 핵심기술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양자기술 인재 양성은 물론 국내외 기술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올 8월 중 양자 특화 대학원을 개소하고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번 보고회에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양자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 향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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