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위기에 대한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해법은 한목소리로 쏠린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내어 '런웨이'(Runway, 생존기간)를 늘리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 역시 지난달 자사 포트폴리오 기업에 메일을 보내 "펀딩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향후 24개월 동안 회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라"고 강조했다.
다만 넘쳐나는 비관론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절망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혁신적 사업모델과 차별화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의 창업은 계속돼야 하고, 꼭 필요한 사업의 확장도 주저해선 안된다. 사회와 산업에 산적한 '페인포인트'(Painpoint, 불편 요소)를 해결할 주요 주체가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투자업계의 찬바람 정도로 역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매년 1조원 이상을 모태펀드에 출자하고 있고,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도 활발하다.
유동성 위기 속 초기 창업의 중요성은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벤처투자 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시리즈 A~C 단계의 투자액은 이듬해 40~47% 감소했다. 이 단계의 투자는 2011년이 돼서야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반면 시드투자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 결과 2006년 900여개에 불과했던 시드투자 유치 스타트업은 2014년 약 1만5000개에 이르렀다. 공유경제(에어비앤비), 플랫폼(우버) 등 혁신의 씨앗은 이때 뿌려진 셈이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초기 스타트업과 투자사가 '원팀'(One team)이 돼야만 한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내외 리스크를 분석·보완하려는 노력은 생존 확률을 높인다. 물론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이 상대에게 속살을 내비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블루포인트는 본계정 투자를 주축으로 스타트업과 신뢰 관계 형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스타트업 성장을 우선에 둔다. 91.5%에 달하는 포트폴리오사의 5년 내 생존율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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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일각에선 유니콘 대신 켄타우로스의 출현을 갈망한다.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는 인간의 냉정한 사고를 지녔으면서도 말처럼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한다. 고고하게 하늘을 나는 유니콘 보다 네 발로 먼지나는 흙바닥을 내딛는 켄타우로스가 필요한 시대. 어쩌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진정한 시험대에 들어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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