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스 띄우고, 애플·삼성에 밀려…'평가 엇갈린' 소니 전 회장의 별세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22.06.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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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 지난 2일 사망, 과감한 시도 인정받지만 정체성 흔들었다는 비판도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 /AFPBBNews=뉴스1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 /AFPBBNews=뉴스1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콘텐츠 기업으로 혁신을 시도했지만, 자체 경쟁력을 잃게 해 소니의 '쇠락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받기도 하는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닛케이신문,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소니그룹은 이데이 전 회장이 지난 2일 간부전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향년 84세.



고 이데이 전 회장은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1960년 소니에 입사, 오디오사업부장과 광고선전본부장을 지냈고 1995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명암'이 엇갈린다. 그가 CEO로 재임하는 동안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플스) 게임 사업을 발전시켰으며 1998년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5000억엔(약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고 이데이 전 회장은 전자기기 제조업체라는 기존 정체성에서 벗어나 인터넷, 콘텐츠, 모바일 등의 사업으로 혁신을 시도하며 'IT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인터넷의 연결성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활용하고 유통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진화를 꿈꿨다.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 /AFPBBNews=뉴스1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 /AFPBBNews=뉴스1
고 이데이 전 회장은 컴퓨터 브랜드인 VAIO를 론칭하고, 에릭슨과의 휴대폰 합작 벤처, 인터넷 회사 소넷 등의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데이 회장에게는 '실책론'도 끊임없이 따라붙어왔다.


기업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해 종국에는 경쟁력을 지닌 분야에서 애플과 삼성 등에 소니가 밀리게 했다는 비판이다. TV와 음악사업에서 후발주자들에 밀리게 됐고, 1990년대 초에는 인수까지 고려했던 애플에도 업계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후 소니는 손실 줄이기에 힘쓰며 로봇 개 '아이보'와 같은 실험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로봇 사업을 중단했다. 경영실패 책임을 지고 2005년 사임하며 자신의 후임자로 하워드 스트링거 전 회장 겸 CEO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2000년대 초부터 약 10년간 적자와 주가 하락 등 '소니 쇼크'를 경험하게 됐기 때문이다.

고 이데이 전 회장은 소니를 나온 뒤 컨설팅 업체 퀀텀 립스를 설립했고, 제너럴모터스와 바이두 이사로도 활동했다.

요시다 켄이치로 소니그룹 회장 겸 CEO는 성명을 내고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1998년부터 7년간 CEO로 있는 동안, 이데이 회장은 소니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진화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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