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뚫렸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 高물가...물가채 거래 '껑충'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6.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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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뚫렸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 高물가...물가채 거래 '껑충'


한국 소비자물가지수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돌파하면서 물가채(물가연동채권) 거래가 급증했다. 조만간 물가지수가 6%를 돌파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며 물가연동채권에 대한 높아진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채유통시장에서 5월 물가연동채 거래규모는 전월비 84.0% 증가한 1조40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1조4790억원을 기록한 이래 5년여만에 최대치다. 지난 1월 5280억원을 기록한 뒤 올 들어 매달 거래대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물가채는 원금과 이자가 고정된 일반채권과 달리 물가상승률만큼 원금이 오르는 채권이다. 물가채에 1억원을 투자하고 1년 뒤 물가가 3% 오르면 원금이 1억300만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연 1~2%의 기본금리가 붙어 사실상 4~5% 이자를 챙길 수 있다. 과거에는 원금 증가분에는 비과세가 적용됐으나 이제는 과세 대상이 됐다.

물가채는 투자 원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채권의 실질가치를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대표적 '인플레이션 방어(헤지)' 상품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지난 3일 입찰한 물가채는 6월10일 발행, 만기 10년(만기일 2032년 6월10일)에 표면금리는 6개월 후급으로 1.625%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3%대인 점을 감안하면 금리는 낮지만 물가에 연동돼 원금이 늘어난다. 액면금액은 1만원이다.

향후 1년간 물가가 5% 상승할 경우 이 물가채 원금은 1만500원이 된다.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로 반영되며 3개월과 2개월 전 물가상승률의 격차가 적용된다. 5월에 물가가 5% 올랐다면 채권 가격에는 8월에 반영되는 것이다.

물가채는 인플레 파이터 채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5.4%를 기록했다. 1월에 2.6%를 기록한 뒤 2월(3.7%) 3월(4.1%) 4월(4.8%) 5월(5.4%)까지 5개월 연속 가파른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2008년 금융위기(2008년 8월 5.6%) 이후 처음으로 5%대 물가를 기록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곡물가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5월 상품가격 상승률은 7.6%를 기록했다"며 "한국은행은 올해 연평균 물가상승률 4.5%를 예상했는데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라면 8월까지 5%대 초반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겠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석 명절이 포함된 9월까지는 5%대 물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간 물가채는 기관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는데 최근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판매(입찰)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 이뤄진 물가채 입찰에도 개인 투자자 입찰 수요가 소액 유입됐다.

채권업계 한 관계자는 "원금상승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물가채의 투자 매력이 감소했는데 최근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물가채 투자 매력이 다시 높아졌다"며 "접근성과 유동성 문제로 아직은 개인 투자 비중이 크지 않지만 지금 물가채 투자는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물가 고공행진에 물가채 ETF(상장지수펀드)도 등장했다. 지난달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물가채에 투자하는 KOSEF 물가채KIS ETF를 신규 상장했다. KOSEF 물가채KIS는 단독으로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ETF다. 이 상품은 최근 발행된 물가채를 주로 편입해 운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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