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좋은 정책의 조건

머니투데이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22.06.0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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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월 10일 국민 손으로 뽑은 새로운 윤석열 정부가 시작을 알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새 정부가 국민이 바라는 만큼 잘 해내리라 기대할 것이다. 필자도 다르지 않다. 특히 건설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앞으로의 5년을 기대한다.

앞서 발표된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들여다보면 건설산업은 고부가가치화와 공정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오프 사이트 컨스트럭션(Off-Site Construction, 탈현장 건설방식) 등 스마트 건설기술 확산을 통한 건설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서류상 기업) 근절 등 비합리적 관행이 없는 공정한 산업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비록 두 키워드 모두 과거 정부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지만, 건설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직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은 정확해 보인다.



건설산업이 고비용 저효율 산업 중의 하나라는 점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된 현상이다. 낮은 생산성 해결을 위한 기술혁신은 이제 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국내 대형 건설기업은 프로세스의 효율화와 자동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정부도 이와 궤를 같이하며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 및 활용 확대를 위한 정책을 수립 및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공급만 하면 기업이 앞다퉈 기술을 활용하는,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기업이 존재하고 그 안에는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도, 처지도 다르기 때문이다. 즉 기업과 기술 간의 거리로 정의할 수 있는 기술 격차(technology gap)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기업마다 다른 이 격차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스마트 건설기술 확산은 더디기만 할 것이다.



스마트 건설기술 확산을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정책 수립이 뒷받침돼야 한다. 규모와 특성에 따라 다른 기업의 기술 격차 수준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이 정책의 주요 내용이 돼야 한다. 때문에 선언적인 목표 설정보다는 개발된 기술의 실증화, 검증된 스마트 건설기술의 현장 적용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 신기술 적용을 위한 발주 환경 개선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을 지속해서 요구하는 공공사업의 발주 계획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 수립의 다음 단계는 실행이다. 정책 실행은 일관성이 필요하다. 급한 마음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본래의 목적을 바꿔서는 안 된다. 동시에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 참여자의 협력적 노력을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 건설기업의 자발적 연구개발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정부가 수립한 정책도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참여 주체와 이해관계자가 있는 건설산업이라는 현실에서 완벽한 정책은 없다.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참여자 간의 협력은 필수다. 앞으로의 5년을 책임질 좋은 정책, 불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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