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직역'으로 떠오른 국회…국회 4년 경험한 '금융 변호사'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2.06.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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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변호사가 뜬다] 법무법인 린 강민구 변호사

편집자주 젊은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와 위치에서 MZ세대 변호사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국회의원 비서관·보좌관이 새로운 법조 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민구 변호사(법무법인 린)도 지금은 로펌에서 금융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변호사 경력의 시작은 국회였다. 2016년 4년간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법을 만드는 일'을 하다 2020년부터 로펌으로 이직했다. 국회는 정부·정책에 관심이 있는 법조인들에게 좋은 선택지다. 법과 정책을 다루면서 다양한 정부 업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도 신속하게 신속한 법안 발의 등을 위해 법조인 보좌진을 선호하는 추세다. 강 변호사에게 생생한 국회 생활 이야기와 금융 문제에 마주친 의뢰인에게 유용할 팁을 들어봤다.
강민구 변호사./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강민구 변호사./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왜 첫 직장으로 국회를 택했나?

▷공직 전반에 걸쳐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이색적인 커리어라고 생각했다. 의원실에서 일하며 법안을 발의·심사하거나 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사하며 변호사의 전문성과 직역확대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변호사 자격 취득과 2016년 20대 국회 출범이 우연히 맞물렸다. 채용공고를 찾아 여야 막론하고 10~15곳에 지원서를 넣었다. 가장 먼저 합격통보가 온 당시 여당 의원실에 들어갔는데, 주변에서 '정치를 하려는게 아니냐'는 우려와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웃음).

법률을 만드는 곳을 경험하고 싶었다. 어쩌면 변호사로서의 당연한 호기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의 적용과 해석 뿐만 아니라 입법 또한 법률가의 영역이다. 내가 관심있는 금융이나 정부규제·정책에 대해 가장 넓고 깊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변호사가 경쟁력을 발휘할 때는 언제인가?

▷법안을 발의할 때 전문성과 신속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의원실에서는 직접 법안을 만들기보다 법제실에 성안 작업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우 검토과정에 2~4주가 소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쟁점화된 법안은 촌각을 다퉈야 하는데, 변호사는 직접 발의안을 만드는 등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4년간 일한 소회를 밝힌다면.


▷국회는 법조의 전통적인 직역에서 접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 매력이 있다. 행정부처에 변호사로 채용되면 특정한 사무만을 주로 맡게 된다. 그러나 국회는 입법권과 함께 감사권을 갖기 때문에 상당히 다양한 부처와 직급에 있는 공무원들을 상대할 수 있다. 변호사로서 정부·정책 관련 업무에 뜻이 있거나 국제적인 업무에 관심이 있다면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보좌진이라면 국정감사도 빼놓을 수 없다.

▷각 정부부처에 자료를 요구한 뒤 분석할 때는 주로 의원이 방향을 제시하고, 보좌진이 실무를 파고들 때가 많다. 정부부처에서는 쉽게 자료를 주지 않고, 굉장히 소극적으로 응대하기 때문에 의원실과의 마찰이 자주 벌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구자료 일부분을 빼놓고 제출하는 '자료 마사지'다. 그래서 보좌진은 동일한 자료를 여러 부처에 달라고 하거나, 평균 수치를 먼저 받은 뒤 특정 연도·지역의 자료를 요구해 검증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공무원을 대할 때는 결국 담당자가 누군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기관 측에서 자료를 아예 미제출하거나 차일피일 미룰 때도 있다. 이럴 땐 결재라인을 전부 파악해 아래부터 위까지 전부 전화를 걸었다. 연락을 계속 피하는 인원의 경우 의원에게 보고해서 감사 전후 장·차관 측에 알리기도 했다(웃음).

-당시 국회는 역동적인 시기를 보냈다.

▷패스트트랙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사건 이전에 국회선진화법이 실무에서 다뤄진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회의방해'가 성립하는 법적요건은 무엇인지,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행위는 어느 수준까지 허용되는지 등을 다투기도 했다. 또 의원들에게는 법률위반 여부가 상당히 실질적인 문제였다.

의원실 사이에서 고소고발이 오가며 보좌진들이 충격과 상처를 받기도 했다. 원래 모든 국회 여야 보좌진들이 서로 친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적대적인 것도 아니다. 모두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 때로는 합심해서 국회사무처 등 '늘공(늘 공무원)'과 협상하는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보좌진 경험이 변호사 생활에 도움이 된 점을 꼽는다면.

▷직접적인 예는 입법 자문이다. 입법 동향과 법안의 발의·심사과정에 대해 의뢰인에게 구체적인 절차를 짚어주는 일이다. 특히 '향후 규제' 혹은 '그림자 규제'에 대해 자문할 때 국회에서 쌓은 노하우가 유용하다고 느꼈다. 부처 공식입장이 정리된 사안과 달리, 공개된 자료나 담당자와의 소통만으로는 충실한 대응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때는 소관 상임위 회의록이나 정부 연구용역, 관련 정책연구원의 연구주제를 보면 향후 정부정책 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

기업의 고충은 법률조항이나 판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 등 행정당국을 상대할 때가 대표적이다. 사안의 실무에 대해서 빠르게 접근하고 쟁점을 파악하는 데에 국회에서의 경험을 활용했다. 기업 측 담당자가 기관의 각종 질의를 받는 상황에서 충실히 답변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부처와 소통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전화를 걸기 전에 해당 부처가 어떤 내규를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 부처가 발표했던 실무자료나 보도자료를 확인한다. 그렇게 리서치를 한 다음에 질문할 때는 '0월0일 OO자료 0쪽에 대해 질문할 게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만약 의견을 구하고 싶으면 같은 담당자와 연락을 이어나가는 게 좋다.

-업무량이 많았을 것 같다.

▷(웃음)충분한 리서치 덕분에 원하는 답변을 빨리 구하면 결과적으로 업무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강민구 변호사./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강민구 변호사./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금융 분야 자문과 송무를 주로 맡고 있는데.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국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여러 정부기관을 상대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형법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행정조사나 행정제재에도 관심을 가진 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펀드를 예로 들면, 일단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와 함께 행정적 쟁점이 하나의 시리즈처럼 이어진다. 펀드를 판매한 측과 투자한 측 모두 행정제재 가능성에 대해 신속하게 검토하고, 동시에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배임 여부를 살펴야 한다.

-금융송무가 유망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속한 팀에서 기관투자자 측을 대리하는 '더 드루 라스베가스' 사건을 들고 싶다. 소송가액이 900억원을 넘는 펀드 불완전판매 사건이다. 언론에 크게 보도된 '옵티머스 펀드'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은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투자자가 오히려 을의 입장에 처하게 되거나 매우 빈약한 정보만을 가지고 투자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연혁을 보면 2010년대 중반쯤 사모펀드 관련 국내외 규제가 완화된 뒤 여러 사건이 발생해서 앞으로 이 분야에 변호사의 활동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이라고 느꼈다.

-실무 전선의 변호사로서 금융 사건을 의뢰하는 개인들과 기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개인투자자는 소송에 앞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을 먼저 검토할 수 있겠다. 기관투자자는 곧바로 소송을 준비하되 변호사와 초기 미팅을 할 때부터 투자를 직접 담당한 실무자들을 참여시키면 좋다.

금융 사건은 증거가 판매사 등 금융기관에 편재해 있고, 투자자에게는 계약서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관련 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변호사에게는 '1차 자료'를 폭넓게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해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또 내가 어떤 자료를 가졌는지, 상대방이 무엇을 갖고 있을지를 정리해보라.

물론 현실의 많은 의뢰인들은 일단 변호사를 찾아가 '가능하냐', '확률이 몇 퍼센트 정도 되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냐'를 묻는 등 결과를 먼저 궁금해한다. 물론 그런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사안의 사실관계나 실무에 대한 전문가는 바로 의뢰인 자신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자료의 맥락과 의미를 알려주면 변호사가 법리적 문제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훨씬 나은 소송전략이나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법학공부를 할 때 모든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무와 괴리가 크다고 생각했다. 교과서를 보면 똑같은 '갑을병정'들이 나오지만, 현실에선 하나의 기업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갈린다.

'본인 입장에 서는 대리인'이 되고자 한다. 의뢰인은 고민과 문제를 겪는 입장이니 당장의 의사결정과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나는 이때 미래의 리스크와 쟁점까지 내다보고 평가와 제안을 제시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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