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주방서 직접 라면…그런 대통령 없었다" 靑 20년 요리사 눈물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2.05.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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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청와대에서 20년 근무한 요리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그런 대통령은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26일 뉴스1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요리사 천상현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천씨는 1998~2018년 청와대에서 중식 요리사로 일했다. 이 기간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총 5명의 대통령을 모셨다. 천씨는 청와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요리사이지만 현재는 은퇴 후 짬뽕 전문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씨는 인터뷰에서 "인간적으로 기억에 남는 분은 노 전 대통령"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우리한테도 그랬고 청와대를 걸어 다닐 때도 그랬고 대통령은 스스로 많이 (권력을 내려놓고 대했다)"며 "대통령이 주방까지 들어오시긴 쉽지 않은데 노 전 대통령은 주방에도 막 들어오셨다"고 했다. 이어 "그런 대통령은 없으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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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씨는 "노 전 대통령은 일주일에 한 번은 '너희 늦게 나와라. 우리가 알아서 해 먹을 테니'라고 하셨다"며 "그럴 때면 라면을 직접 끓여 드시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한편으론 '왜 돌아가셨을까' 생각했고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천씨는 가장 입맛을 맞추기 편했던 대통령으로도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워낙 서민적으로 사셔서 가리는 음식 없이 드리면 드리는 대로 너무 잘 드셨다"며 "진짜 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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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의외로 잘 드셨다. 골고루 조금씩 잘 드셨다"면서 "문 전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소탈한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바비큐를 좋아하셨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와 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는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천씨를 찾았다고 한다.

천씨는 "권 여사는 3년 전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때 청와대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하시며 청소, 조경, 주방 일을 하던 사람들을 따로 사저에 초대해 손수 밥을 해주셨다"고 했다. 김 여사에 대해선 "양재동에 있는 저희 가게에 한 번 오셨다. 오시니까 또 새롭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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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씨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 후 청와대를 떠나던 날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그날 주방 사람을 불러 4년 동안 저한테 음식을 해줘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하셨다"며 "저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대통령님 스타킹에 구멍이 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걸 보고 너무 마음이 안 좋아서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천씨는 "요리사들은 정치적인 건 모른다. 한 분 한 분 모두 국민이 뽑아주신 대통령님이셨고 한 분 한 분 저한테는 소중했던 주군"이라며 "모셨던 대통령 중 두 분은 돌아가셨는데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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