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790억 영구채' 배수진…1분기 순손실 650억 급한불 끈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2.05.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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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 (11,020원 ▼80 -0.72%)이 이달에만 사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 총 790억원을 발행했다. 1년만 지나면 12%대로 높아지는 고금리지만, 급한불을 끄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630억원 규모 사모 영구채를 1차로 발행했다. 이날 160억원 규모로 영구채를 2차 발행했다.



제주항공이 발행한 총 790억원 규모 영구채 금리는 일단 연 7.4%다. 하지만 1년 뒤부터 금리가 급격히 오른다. 스텝업 조건에 따라 연 12.4%까 된다. 매년 1%p(포인트)씩 금리가 인상된다.

그사이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금리는 2.5%p 더 오르는 조건도 포함됐다. 그야말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회계상으로는 쏠쏠한 도움이 된다. 영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원금 상환 의무가 없다. 그래서 금리가 높다.

제주항공은 부분자본잠식 우려를 미리 해소하기 위해, 즉 급한불을 끄기 위해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제주항공의 지난 1분기 순손실은 650억원에 달했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88%에서 올해 1분기 925%로 상승했다.

제주항공은 리오프닝으로 국제선 운항 정상화가 눈앞에 보이는만큼 재무제표 상 위기를 견뎌낸다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한다. 높은 금리에도 대규모 영구채를 발행한 이유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약 2066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유동성 확보 및 재무건전성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다. 지난해 12월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았다. 총 1500억원(운영자금 대출 1200억원, 영구 전환사채 300억원)을 지원받았다.

산업은행의 자금이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에 들어오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티웨이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8470%, 에어부산은 1431%에 달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단기간 내에 세번째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추진은 대주주 및 기존 주주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자본확충의 방안을 영구채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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