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25일 블록체인 지갑 사이트 '테라 스테이션'에 따르면 권 대표가 투표에 부친 '테라 네트워크 재건안'이 이날 오후 8시17분 찬성 65.50%(약 2억40만표)로 통과됐다. 투표율은 총 83.27%(약 3억 598만표)로 반대 및 기권 득표율은 각각 0.33%, 20.98%를 기록했다.
권 대표는 지난 18일 테라스테이션에 '테라 빌더스 얼라이언스:리버스 테라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거버넌스 투표를 제안했다. 거버넌스 투표는 블록체인 내 코인 홀더들만 참여할 수 있는 투표다. 테라-루나 코인을 많이 보유한 사람(단체)일수록 투표 영향력이 커진다. 따라서 해당 투표는 개인투자자보다는 코인을 많이 갖고 있는 대형 투자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게 된다.
기존 테라 블록체인은 테라 클래식으로 바뀌게 되고 루나(LUNA) 역시 루나 클래식(LUNC)으로 이름이 수정된다. 새로운 체인에서 발행되는 코인이 새로운 '루나(LUNA)'가 된다. 새로운 블록체인이 가동하게 되면 기존에 테라 및 루나 관련 디앱 등 프로젝트들도 이에 맞춰 테라2.0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권 대표의 이런 계획은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새 체인이 만들어지면 기존 루나가 담긴 체인은 별 다른 회생 계획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새 루나가 발행되면 '고래' 투자자를 중심으로 분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소액 투자자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루나 보유량에 비례해 거버넌스 투표권이 분배되는 방식에 따라 소액 투자자들은 대형 투자자와의 투표권 대결에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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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이달 들어 잇따라 국내외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고 가치가 99% 폭락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자자들의 피해 글들이 올라왔다. 루나에 투자했다는 한 이는 18억원을 투자한 뒤 485만원만 남은 내역을 공개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10억원을 투자했다가 9억4300만원을 잃은 내역을 캡처해 올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투자금 손실을 토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한 투자자는 레딧의 루나 관련 게시판에서 "평생 모은 45만달러(약 5억7800만원)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은행에 지급할 돈이 없어 집을 잃고 노숙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국내 거래소에서는 루나 상장폐지를 앞두고 마지막 한방을 노린 투자자들의 '단타 폭탄 돌리기'가 이어지면서 거래량이 폭증하고 가격이 일반 시세보다 2배 이상 벌어지는 기현상도 포착됐다. 이런 소용돌이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투자자가 18만명이 넘는다.
지난달 22일 100달러가 넘었던 루나 가격은 지난 12일 하루에만 99.99% 하락하면서 0.1달러 수준으로 폭락했지만 루나 보유자는 이튿날인 13일 17만명으로 늘었다. 지난 15일에는 28만명으로 사흘만에 10만명이 늘었다. 보유 코인 수도 700억개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만7500여배 뛰었다.
테라폼랩스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발행한 루나로 테라를 매입해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테라 가격이 1달러 위로 올라가면 테라를 팔고 루나를 사들여 테라의 가격을 낮춘다. 하지만 이달 들어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며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테라의 예대금리 역마진 구조로 다단계 사기 의혹도 제기된다. 테라폼랩스는 투자자의 테라 구매를 유인하기 위해 은행과 유사한 '앵커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테라를 산 뒤 앵커 프로토콜에 맡기면 연 19.4%의 이자를 줬다. 반대로 테라를 빌릴 때는 연 12.4%의 대출 금리를 적용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돌려막기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인 점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암호화폐의 경우 자본시장의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