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33만원 늘어요"...금리 0.5%p 못 올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2.05.2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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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사진=뉴스1사진은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사진=뉴스1


"연봉은 찔끔 올랐는데 1년 만에 한달 대출이자는 30만원에서 41만원으로 11만원이나 늘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다달이 갚아야 할 돈이 더 늘어날 것 같아 예금이나 펀드에 있던 돈을 꺼내서 먼저 대출 원금을 갚는 중입니다. 오는 9월 만기되는 적금도 통째로 대출 상환에 쓰려구요." (1년 전 변동금리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홍모씨)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18일 채권 운용 전문가 8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중 94명은 한국은행 금융통융위원회가 오는 26일 개최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 전문가는 6%에 그쳤고, 금리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물가 상승세에 비춰볼 때 이달까지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선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물가 선행지표 격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전달(3.1%)보다 0.2%포인트 상승해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이 4%에 달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총재가 가능성을 언급한 0.5%포인트 인상, 즉 '빅스텝'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미 가계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시 가계에 경제적 충격이 올 수 있어서다. 또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한 만큼 시간적 여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 등으로 상승폭을 줄여왔지만 이미 1800조원대를 넘어설 정도로 불어난 상황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2년 1/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6000억원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1년동안 가계부채는 134조억원 가량 증가했다.

명목 GDP(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이미 100%를 넘어섰다.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비용이 늘어 경기침체 등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은의 추정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부담은 1인당 16만4000원, 0.5%포인트 인상시 32만7000원 늘어난다. 기준금리의 빅스텝 인상이 단행될 경우 홍씨와 같이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빅스텝보다는 기준금리 연속 인상 가능성이 좀 더 높다"며 "정권 초기에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금리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빅스텝 인상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 이미 한국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해오고 있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점진적 금리 인상만 해도 충분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2.75%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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