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후 행불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5.18/뉴스1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
불과 3년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5.18 망언' 논란에서 나왔던 얘기들이다. 당시에도 비판을 받았지만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모든 참모진과 내각,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을 대동하고 광주를 찾았다. 앞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행태는 더이상 발붙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이자 첫 지역 방문으로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 등 참모진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체가 대통령의 특별열차에 동승해 광주로 내려왔다. 처음 있는 일이다.
역대 보수정권 대통령들도 광주를 직접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18일 "민주화의 성지, 빛고을 광주에서 5.18 운동을 거친 민주화의 불길은 87년 민주항쟁으로 타올랐고 마침내 이 땅의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18일 "영령들께서 남긴 뜻을 받들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 희생과 아픔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18 망언 의원들의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2019.7.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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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본격적인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서진'(西進) 정책을 내세운 김 전 위원장은 호남에 강한 구애 정책을 폈고 국민 통합 차원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수 정치권의 전향적 자세를 주문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당시 지도부는 '호남특위'를 만들고 5.18 묘역 참배는 물론 적극적 호남 껴안기에 나섰다. 2020년 8월 섬진강 물난리가 나자 지도부가 의원들과 당직자 등을 이끌고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호남에 달려가 봉사를 했다.
같은 달 80대인 김 전 위원장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한 게 상징적이었다. 2021년 6월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는 5.18 참배와 광주, 호남을 끌어안는 행보는 일상이 됐다.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2020.8.19/뉴스1
후보 시절에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등 연이어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참배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광주를 방문해 진정성을 전달하려 애썼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돼 8일 만에 사상 초유의 대규모 참석 행사를 만들었다. 진영을 떠나 어느 누구도 더 이상 5.18민주화운동을 모욕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