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패닉에 빠진 증시
위기가 일상화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는 안전 자산이 각광을 받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달러 자산으로 전세계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증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한국은 해외 투자자들의 유동성 회수가 비교적 자유로운 시장이란 측면에서 많은 투자 자금이 유출된다.
최근 전 세계적인 물가 급등 현상은 과잉 유동성의 끄트머리에 나타나는 물가 상승 후유증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곡물 및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공급망 마비 등 부정적 효과가 여럿 더해져 파괴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영향(인플레이션)을 잡기도 쉽지 않은 시점에 동시다발적 위기가 터져나온 상황인 셈이다.
국내 자산 시장도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쯤 하락 종료 이후 수년간 불장을 이어온 부동산 시장도 유동성 축소로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로 크게 올랐던 부동산 가격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공급이 부족해 올랐다는 인식이 여전하지만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넘치는 유동성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최근 자산 시장 분위기는 전세계적 금리 인상 움직임에 한풀 꺾인 상황이다. 청년이 줄어드는 급격한 구조적 변화 등 다른 요인도 지금과 같이 기울어진 시장 분위기에선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코로나19 사태 급락장 이후 투자자금 유입으로 급등한 유동성 장세를 경험했던 증시도 최근 썰물처럼 투자자금이 빠져 나가며 타격을 입었다. 저금리에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하던 분위기가 차갑게 식은 것도 유동성 축소의 영향이다.
지금과 같이 위기가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선 우선 악재가 하나라도 끝나길 바랄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중국이 코로나 봉쇄를 풀고 경기부양에 나서는 등 대외리스크가 해소되는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 빅스텝 등 과감한 금리 인상을 해서라도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로 시차를 두고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또 다른 경기침체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안타깝게도 경기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위기는 결국 성장 엔진을 꺼뜨린다. 이럴 때일수록 패닉에 빠지기 보다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 경제 운용의 키를 잡은 윤석열 정부와 추경호 경제팀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결국 위기는 극복되고 호황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고통의 감내는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