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3.7포인트(1.27%) 하락한 2,610.81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주 미 연준 긴축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뉴욕 3대 지수 폭락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 하락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27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22.5.9/뉴스1
미국계 벤처캐피탈(VC)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프트뱅크와 타이거글로벌의 대규모 투자손실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벤처·스타트업에 이렇게 경고했다. 소프트뱅크와 타이거글로벌은 글로벌 기술주·성장주 투자의 큰손으로 불리는 VC다. 외신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기술주와 성장주가 급락하면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1분기에만 24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타이거글로벌의 헤지펀드 역시 올 들어 40% 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이 소프트뱅크와 타이거글로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테크기업 투자자가 많은 손실을 입었다며 그 후폭풍이 벤처·스타트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유동성이 줄고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벤처·스타트업이 혹한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VC의 유동성이 위축되면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세계 최대 벤처투자 시장인 미국의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70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고 전분기에 비해서는 25.9%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제2닷컴버블'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의 경우 1분기 벤처투자 및 펀드 결성액이 나란히 2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벤처투자 열풍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 흐름에서 우리만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대부분 해외투자 유치로 덩치를 키워왔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뚜렷해져 우려를 키운다. 최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IPO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을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IPO 시장이 급변하자 시리즈C~G, 프리IPO(기업공개) 등 벤처·스타트업의 후기단계 투자도 덩달아 위축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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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된 지금의 위기가 미풍에 그칠지, 태풍으로 번질지 예단하긴 힘들다. 분명한 것은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물가잡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0.5%포인트 올린데 이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이 경우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면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벤처·스타트업은 곧바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벤처·스타트업이 외풍에 쓰러지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적 지원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벤처·스타트업도 내실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거품이 걷히면 누가 진짜인지 낱낱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