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전날 온천 방문…동선 숨긴 제주 목사부부, 2심도 '집유'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2.05.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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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8월30일 제주 코로나19(COVID-19)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은 산방산탄산온천. /사진=뉴스1  2020년8월30일 제주 코로나19(COVID-19)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은 산방산탄산온천. /사진=뉴스1


코로나19(COVID-19) 확진 전 온천을 방문한 사실을 숨겨 방역에 혼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목사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3일 제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80)와 A씨 아내 B씨(73)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여름 목회 일정을 위해 경기도 용인시를 방문했다. 용인시 확진자와 접촉한 A씨는 약 1주 뒤인 지난해 8월14일 감염 증세가 발현돼 검체 검사를 받았고, 곧 확진자로 분류됐다. 부인 B씨도 같은 달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A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 하루 전인 8월13일 오후 2시42분부터 오후 5시1분까지 서귀포시의 한 온천에서 사우나 등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들은 역학조사에 착수한 방역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 전 동선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어디에 가지 않고 집에만 머물렀다"고 대답하는 식으로 온천 방문 사실을 여러 차례 은폐했다. 부부는 거짓 진술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이동경로가 없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거짓말은 얼마 뒤 들통났다. B씨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방역당국이 B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부부의 온천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제주에서는 부부가 방문한 온천 관련으로 7명이 뒤늦게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부부와 접촉한 113명이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상당한 방역상 혼란과 불편이 발생했다.


당시 서귀포시는 고발장에서 "이들 부부는 10회 이상 역학조사를 추가로 실시했고 거짓으로 진술했을 시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했으나 이동경로가 없다고 진술했다"며 "하지만 휴대폰과 GPS를 조회한 결과 당초의 진술과 다른 추가 동선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공판 과정에서 이들 부부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혼란스러워 동선을 누락하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1심 법원은 "피고인들은 코로나19 확진자임에도 사실을 누락하고 은폐해 방역에 혼란을 가중했다"면서도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고, 피고인들이 고령인 점 등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 부부는 2심 재판 과정에서 "고령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억나는 대로 진술했을 뿐 고의는 없었다"며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확진자로서 동선 조사를 하는 역학조사관에게 고의로 은폐했음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며 "죄책이 중한 이유는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한 것에 있지 그 횟수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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