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윤 감독, 10년의 집념으로 완성한 '안나라수마나라'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05.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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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김성윤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최근 흥미로운 드라마 한 편이 공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극본 김민정, 연출 김성윤)다. '안나라수마나라'는 그간 국내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았던 뮤지컬 장르를 내세운 작품이다. 소년들이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 위로 아름다운 선율과 안무를 더해 동화 같은 장면들을 펼쳐낸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인 '안나라수마나라'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마술이라는 이색적 요소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불린다. 본 작품이 드라마로 탄생할 수 있던 건 김성윤 감독의 집념 덕분이었다. 김성윤 감독은 10여 년 전 하일권 작가에게 '안나라수마나라'의 영상화를 제안했고, 끈기와 강한 의지로 이를 세상 밖에 내놓았다.



김성윤 감독이 '안나라수마나라'를 작업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은 원작의 정수를 살림과 동시에 현세대 고민까지 담아내는 것이었다. 어른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아이와 출세만이 성공한 삶이라고 배우며 자라온 아이가 허무맹랑한 꿈을 좇는 나이만 어른인 사람을 만나 펼치는 치유와 성장. 그것이 본 작품의 주요 메시지다. 김성윤 감독은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누군가, 또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그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 모두에게 울림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동화 같은 서사에 감정 이입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간구해낸 것이 노래였고, 한발짝 더 나아가 뮤지컬을 시도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4위에 올랐다. 김성윤 감독의 방향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까지 적중했다는 방증이다. "마술을 믿느냐"는 리을의 대사가 불어넣은 환상의 나래 속 '안나라수마나라'의 주문이 우리 모두를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성윤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김성윤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4위를 기록했어요.

"시청률 같은 객관적 수치는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4위라는 기사가 났더라고요. 사실 실감이 나질 않아요.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고 공감해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성적보다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고 여운을 느꼈다는 평을 받으면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원작을 어느 정도까지 재현할지 고민이 많았을 듯해요.

"원작 팬들은 웹툰을 보면서 상상한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영상화가 됐을 때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들을 기준으로 두지 않았어요. 웹툰을 보지 않고 드라마로 먼저 접하는 시청자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원작 캐릭터에 갇히지 말고 캐릭터를 만들라고 했죠. 그게 정답이라고 했어요."



왜 뮤지컬 드라마로 구현하게 됐나요?

"원작에서는 윤아이의 속마음이 정말 많이 나와요. 그런데 내레이션을 많이 쓰면 지루하거나 루즈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메인 캐릭터의 주된 감정이었기 때문에 생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요. 그래서 표현 방식을 고민하다가 노래를 떠올렸어요. 감정신에 노래가 들어가있기 때문에 뮤지컬이라기보다는 감성 뮤직이라고 봤고, 이를 감정 전달의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작품이 공개가 되면 그 부분에 사람들이 초점을 둘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하일권 작가에게 어떤 피드백이 왔나요?



"하일권 작가의 작품들은 연출이 독특해요. 지금까지 8편의 영상화 판권이 팔렸는데 영상화가 된 건 이 작품이 처음일 거예요. 저는 오래 전 하일권 작가에게 작품을 영상화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한 게 있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고 하일권 작가도 그런 부분에서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전해왔어요. '너무나 기대 이상이고 상상 이상'이라면서 고생했다고 메시지가 왔더라고요."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
연출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메시지가 있다면요?



"'안나수마나라'는 판타지 세계와 현실 세계의 톤앤매너가 어느 정도 일치가 돼야 하는 작품이에요. 의상, 마술, 캐릭터, 연기 등이 일정의 같은 톤앤매너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신경 썼습니다. 또 원작의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과 표현 때문에 이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을 계속 상기하며 작업했어요."

캐릭터들이 특색있는 만큼 캐스팅 과정도 궁금해요.

"주연배우 모두 잘생기고 예쁘지만 제가 캐스팅을 할 때는 외모적인 부분은 부차적이었어요. 배우들의 매력이 캐릭터와 합쳐졌을 때 증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봤죠. 원작의 캐릭터는 원작의 캐릭터인거고 그걸 가공할 때는 누구나 원작의 캐릭터를 똑같이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대본을 10명의 연출이 작업한다면 10개의 드라마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매력과 더해져 입체적이 되는 거지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창욱의 활약이 돋보였어요.

"지창욱에게 '안나수마나라'는 사실 여러 모로 도전이고 할 게 많은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사실 지창욱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놀랐습니다. 너무나 할 게 많은 역할인데다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임팩트 있게 나와서 캐릭터적 부분도 어려워요. 마술과 음악, 안무를 다 소화해야 하기에 이 바쁜 배우가 이걸 다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도전 자체를 즐기시고 열심히 하는 배우더라고요. 저도 보면서 약간 놀라기도 했고 도리어 에너지도 받았어요."

좋은평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반응도 있어요.



"위험 부담이 있어요. 원작 팬들의 지적이 있다면 그건 제 능력의 한계치인 거죠. 행간이 인간의 상상력으로 채워지는 부분과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제작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100% 잘 구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태프와 배우 모두는 각자 역할을 잘 해줬어요.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스럽게 구현이 안 된 건 제 능력 부족이죠."

극을 상징하는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라는 리을의 대사가 함의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가요?

"각자 믿고 싶어 하는 부분에서 이 대사가 작은 기적이 될 수 있다고 봤어요. 우리가 살면서 어떤 순간들을 생각하면 일상에서도 마법 같은 순간이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이 아이디어가 전체적으로 구현이 될까?' 싶은데 작품이 완성되는 것도 사실 마법 같아요. 답을 준다기보다는 보는 사람이 결핍되어 있는 부분을 충족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게는 작은 기적의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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