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원화→외화 거래 추이/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3곳의 외화 매도 현황을 분석·합산한 결과, 지난 4월 한달간 엔화는 3821만6509달러 상당 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거래액은 645만3208달러에 불과했다. 1년 사이 492.21%, 5.9배 증가했다. 소비자가 은행에서 원화를 엔화로 바꿔간 규모를 의미한다. 현찰 거래 중심으로 집계한 결과다.
외화통장도 '달러 대신 엔화'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6046억2546만엔으로 1년 전인 지난해 4월(4820억1086만엔)보다 25.44% 늘었다.
반면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과 비교해 지난 4월 0.35% 감소했다. 같은기간 전체 외화예금 잔액도 0.5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화통장에서도 엔화가 대세로 떠오른 셈이다.
엔화 거래가 증가하는 건 여행 수요보다는 대부분 환테크 수요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선이 깨지며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테크족들이 엔화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본 것이다. 반면 달러는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와 엔화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갈렸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정반대로 가기 때문인데 긴축 움직임을 강화한 미국과 달리 일본은 완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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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에 투자하는 환테크족 외에도 업무상 평소 엔화 거래가 필요한 기업 등도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좀 더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환테크 고객이 엔화예금에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당분간 엔저 흐름이 계속되면서 엔화 투자 움직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입장에서는 엔저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이 되고,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경제 전체 관점에서 엔저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당분간 엔화 약세 방향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