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교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배경은 무엇일까. 청와대가 풍수지리 관점에서 좋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보겠다는 취지로 보는 게 적절하다. 물론 공간을 옮긴다고 해서 곧바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이참에 대안으로 '미녀와 야수'라는 동화 속 메시지와 국민과의 소통을 '국민의 집' 노선으로 제도화하기 위해 '목요클럽'을 운영한 타게 에르란데르 스웨덴 총리의 사례를 교훈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몬스터(monster)의 몬(mon)은 모노로그와 같이 one(하나)이라는 뜻이다. 소통 없이 누구나 홀로 되면 괴물이 되는 법이다. 정치(politics)에서 폴(pol)은 여러 사람을, 틱스(tics)는 기술을 의미한다. 즉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다루는 기술이 폴리틱스(politics)다. 새 집무실이 야수가 사는 마법의 성이 될지, 왕자가 사는 '국민의 집'이 될지는 지지자와 비판자에게 달렸다. 그들이 벨이 한 대로 연민으로 다가가 식사도 하며 열린 소통을 해야 한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노조는 연일 파업했고 재계 역시 그의 정책에 반발했다. 정치권은 그가 재임하면 경제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계와 노조 그리고 정치권에 초대장을 보냈다. "난 목요일이 한가한데 만나서 얘기합시다" "매주 목요일엔 저녁을 같이 먹읍시다"라고 했다. 매주 목요일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정례화한 만남은 '목요클럽'으로 불렸고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는 공간이 됐다.
'목요클럽'의 대화는 23년간 계속됐다. 꾸준한 소통과 통합을 통해 그는 재임 중 전 국민 의료보험, 국민연금 지급, 4주 휴가제, 9년간 무상교육, 100만가구 주택건설을 이뤄냈다. 그는 "물론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다 함께 성장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스웨덴을 '국민의 집'으로 만들었다. 윤석열정부가 새로 출범한다. 대통령은 새 집무실이 국민과의 소통공간으로 부활해 제대로 기능하도록 스웨덴식 '국민의 집'을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