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거꾸로 가는 현대차 노조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05.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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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오는 10일 상견례를 시작한다. 최근 3년간 파업을 하지 않았던 현대차 노조지만 올해 강성 집행부가 집권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안현호 현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으로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다. 현대차그룹 내부는 이번 노조와의 협상을 놓고 긴장감이 팽배하다.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요구안은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을 통한 고용안정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 등이다. 협상을 해봐야 겠지만 업계에서는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안에 대해 가장 대립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조는 퇴직자만큼의 신규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전동화로 전환하는 시점이라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자동차업계 전망이다. 내연기관차가 주력인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은 파트는 파워트레인과 배기계 등 부품 조립인데, 배터리로 가동되는 전기차의 경우 이 과정이 없어 보다 적은 인력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전기차로 전환이 끝나면 생산직 근로자는 현재의 30% 수준만 있으면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을 늘리는 것은 생산비용만 증가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정년연장은 더욱 어려운 문제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으로 인한 인력조정을 자연감소에 기대고 있다. 현재 현대차 생산직의 경우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매년 2000명 안팎이 정년퇴직 대상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정년퇴직 예정자는 약 1만2600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1년 늘리면 현대차가 기대한 자연감소 효과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이 비용은 차량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전동화 전환을 놓고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 초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GM이나 폭스바겐이 내놓고 있는 전기차 모델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 추격을 뿌리치고 테슬라를 붙잡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의 가격, 성능 모두를 잡아야한다. 노조의 요구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이 문제로 파업이 벌어지거나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환, 더 나아가 미래 계획까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은 2030세대 직원들도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에는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정년 연장을 볼모로 임금 인상을 내줄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지만, 오래 다녀야 하는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직원도 많다. 30대 기아차 직원 A씨는 "중장년층 중심인 노조가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경쟁력을 깎아먹는데, 이는 결국 젊은 직원들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의 요구에 힘이 실리려면 그 요구가 상식적이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정년연장과 퇴직자만큼의 신규채용이 현 상황에서 가능한 일인지,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면 회사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우보세]거꾸로 가는 현대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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