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피·천스닥 시대' 연 文정부 5년 …"개미들 돈 버셨나요?"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정혜윤 기자, 최태범 기자, 변휘 기자, 정기종 기자, 정현수 기자 2022.05.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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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문재인정부 5년, J노믹스의 명암 (中)

편집자주 문재인정부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실패했을까. 하나의 정권을 오롯이 성공 또는 실패라는 한 마디로 재단하기에 5년은 너무 길다. 가치를 배제한 채 객관적 사실만 놓고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성패를 따져보자.

文정부 5년, 삼천피·천스닥 시대 열었지만…손 놨던 코인 "아쉽네"
'삼천피·천스닥 시대' 연 文정부 5년 …"개미들 돈 버셨나요?"


문재인 정부 5년, 자본시장은 한단계 성숙했다. 코로나19 팬더믹 충격을 동학개미운동으로 극복하며 시장 레벨을 한단계 높였다. 주식시장은 코스피3000·코스닥1000을 돌파하며 새 장을 열었다. 옵티머스·라임 사태 등 상처도 없지 않지만 불완전판매 점검, 사모펀드 제도 개선,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등 후속 조치로 이어졌다.

반면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에선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채 4년을 보냈다. 2018년 초 '박상기의난'으로 불리는 가상자산거래소 초토화 사태 이후 지금까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업권법 제정 필요성만 언급하다 임기를 끝냈다.



◇코스피 3000 돌파 '주식시장 부흥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ing

'삼천피·천스닥 시대' 연 文정부 5년 …"개미들 돈 버셨나요?"
문 대통령 취임 후 5년(2017년 5월10일~2022년 5월4일) 동안 코스피지수는 2677.57(4일 종가 기준)로 17.9%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642.68에서 900.06로 4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476조2209억원에서 2107조5501억원으로 42.8% 커졌다.



역대 대통령들의 성적(코스피·코스닥)을 보면 △김영삼(1993~1998년) -17.5% (코스닥은 1996년 개설) △김대중(1998~2003년) 19.3%, -(마이너스) 55.6% △노무현 184.8%, 53.6% △이명박 18.1%, -19.2% △박근혜 4.4%, 16.1% 등이다.

특히 임기 중 코스피지수 3000, 코스닥지수 1000을 돌파하며 우리 증시의 역사적 신고점을 달성했다. 지난해 1월 7일 코스피지수는 종가 기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했다. 같은해 7월 6일에는 역사전 전고점인 3305.21을 찍었다.

코스닥 시장 흐름도 비슷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42.68이던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4월 12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1000.65를 기록했다. 5년새 코스닥 지수도 약 40% 올랐다.


임기의 중간 반환점을 돌던 시점 코로나19(COVID-19) 위기를 맞았지만 주가는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며 투자저변을 넓혔다. 동학개미의 국내 우량 기업 투자를 의미하는 '동학개미운동' 덕분에 코로나19 팬더믹 속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은 세계 최고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식투자자 수는 약 1384만명(법인 소유자 등 포함)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말 506만명에서 2.7배 늘었다.

문 대통령의 행보도 적극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 온 동력인 개인투자자를 응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둬야 한다"며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개인투자자 응원이 필요하다. 국내 주식시장이 더 튼튼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로 제도적 보완을 약속했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역할을 인정하며 화답한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제도 완화로 이어졌다. 또 정부의 경제 정책과 맞물린 산업이 시장을 주도했고 다양한 금융상품도 등장했다. 정부 초기에는 신재생에너지, 대북정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이 대표 수혜산업으로 꼽히며 주가가 뛰었다. 인터넷, 2차전지 섹터도 두드러지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회복과 병행된 △대주주 양도세 기준완화 △공매도 규제연장 및 개인 공매도거래 허용 △투자자 보호책 마련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적잖았다. 공모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자 청약주식 배분을 비롯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기회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IPO(기업공개) 제도개선도 추진했다.

반면 그늘도 적잖다. 문재인 정부때 불거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또 아직 일부 투자자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보상 촉구와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금지했던 공매도 역시 지난해 5월 부분재개하긴 했지만 향후 완전재개와 더불어 이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도 안겼다.

◇다음 정부로 '공' 넘긴 가상자산 대책…'코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가상자산과 관련해 '무결정의 결정'을 선택했다. 임기 초 비트코인 열풍이 불자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진흥하지만 가상자산은 내재 가치가 없으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는데 사실상 '불가'로 시장은 해석했다.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된 기조는 2018년 이른바 '박상기의 난' 이후 그대로다.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투자를 금지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무법상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2020년 하반기, 두 번째 비트코인 급등장세를 만났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입자 800만명(중복포함), 일 최대 거래금액 20조원에 달하며 금융당국의 개입 필요성이 재차 대두됐다.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는 점도 문제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90% 이상이 안정성을 가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글로벌 코인이 아니라 발행자나 거래소의 신용을 알 수 없는 알트코인에 쏠려있는 점도 문제였다.

이후 정부 정책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정보이용법(이하 특금법)' 개정안으로 우회했다. 지난해 특금법에 따라 모든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했다.

업권법 제정 등 논의가 거셌지만 정부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국회에 가상자산업법 관련 13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를 분석한 자료를 비공식 입장으로 제출한 게 전부다. 여기엔 가상자산의 정의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의 기본 요건,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이 포함됐다.

투자액 7조, 유니콘 3→18개…文정부, '제2 벤처붐' 불 붙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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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창업·혁신 등 벤처·스타트업을 아우르는 콘트롤타워를 출범시켰다.

국가적 역량을 투입한 벤처 육성 정책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면서 김대중정부 때 벤처붐에 이은 '제2의 벤처붐'의 불을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신규 벤처투자액은 7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 실적이었던 2020년 4조3045억원에서 78.4% 증가한 규모이며, 2017년 2조3803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규모도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종전 최대치인 지난해 1분기(1조3187억원) 보다 57.9% 증가했다. 투자건수(1402건), 건당 투자금액(14억9000만원), 피투자기업 수(688개), 기업당 투자금(30억3000만원) 등도 모두 역대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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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단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8개로 6배 증가했다.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유니콘이 357개에 달할 정도로 혁신 기업층이 두터워졌다.

국내 기술기반 창업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인 23만개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비대면의 일상화는 기술창업에 새로운 기회가 되면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역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적 성장에 집중, 규제개혁·갈등조정 등 질적 성장 기반 구축은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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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자 주도형 양적 성장 정책에 집중해 질적 성장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개혁은 부진했고,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 조정에 실패하는 등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는 영국에서 자동차가 첫 등장했을 때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앞서가며 신호하도록 규정한 '붉은 깃발 법'의 폐해를 들며 2019년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영국은 이 규제로 인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에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서비스의 시장 출시가 가능하도록 일정 조건 하에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사업자는 기술검증·문제점 확인 등 서비스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정부는 이들 데이터를 통해 법·제도 개선을 진행할 수 있다.

취지는 좋았으나 제도 개선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임시허가 비율은 지나치게 적고, 기업의 사업성을 보장받기 힘든 실증특례 위주로 운영돼 규제개선 성과가 미흡할뿐 아니라 또 다른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비판이다.

실제로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인 뉴코애드윈드의 경우 2년여간 실증특례를 진행했음에도 규제가 풀리지 않자 결국 본사를 제3국 이전키로 했다. 해당 회사의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는 마음껏 뛰노는 모래밭이 아니라 개미지옥"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차량호출서비스 '타다'를 규탄하는 집회 '택시대동제'를 하고 있다. 2019.10.23.【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차량호출서비스 '타다'를 규탄하는 집회 '택시대동제'를 하고 있다. 2019.10.23.
택시업계의 거센 반대로 인해 17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사업을 접어야 했던 '타다(베이직)' 역시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사례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편안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이용자들에게 돌아갔다.

변호사단체가 경쟁 플랫폼을 출시한 '로톡'이나 의료계와 갈등을 겪는 '강남언니' 등은 제2의 타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이해관계 조정 방식인 '한걸음 모델'에 포함시켰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시간만 흐르는 상황이다.

국내 1800여개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차기 윤석열정부가 자율규제와 사후규제 강화로 규제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래야 예상치 못한 기술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규제 범위와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 역량을 높이고 네거티브 규제(법으로 금지된 것 이외 모두 허용) 위주로 규제 원칙을 재설계해야 한다. 신산업 분야에 대한 민간 자율규제를 대폭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도 "새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한 만큼 신속한 규제 혁신을 통해 혁신·벤처기업들이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쳐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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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5G' 'R&D 30조' 빛났지만…기득권 몽니에 '타다 꺼진' 혁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22일 인천 송도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보고대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2020.10.22/사진제공=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0월22일 인천 송도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연계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보고대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 2020.10.22/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정부 5년의 과학기술·ICT(정보통신기술) 정책은 명암이 뚜렷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고 정부 R&D(연구개발) 예산 30조원을 달성하는 등 미래기술 육성에 아낌없이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나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꼽았던 '혁신성장'은 기득권의 반발과 관료의 보신주의 등으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방향은 적절했지만 '각론'과 '실천'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3년 뒤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3년차였던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SK텔레콤 (51,300원 ▲100 +0.20%)·KT (34,600원 0.00%)·LG유플러스 (9,850원 ▼50 -0.51%) 등 이동통신 3사는 각각 5G 1호 가입자를 배출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이통 3사는 당초 이틀 후인 4월 5일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이 5G 상용화 일정을 4월 4일로 앞당길 것이란 정보가 파악되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이통3사와 갤럭시S10 5G 제조사인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에 상용화 일정을 앞당길 것을 요청했고, '속도전' 끝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며 ICT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상용화 만 3년을 넘어선 지금까지 5G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공언과 달리 5G의 속도를 체감하기 어렵고,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대역 5G 주파수는 벽을 통과할 때 손실률이 높아 전국망으로 범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8GHz 망도 지하철 와이파이 또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핫스팟으로 확산하거나,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5G 특화망' 등으로 국민의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다.

◇文정부의 '디지털 뉴딜'…"4차혁명 대응 기반 마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2021.10.21/사진제공=뉴스1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2021.10.21/사진제공=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7월 '디지털 뉴딜'의 목표를 "우리의 디지털 역량을 전 산업 분야에 결합시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ICT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를 꽃피우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D·N·A(Data·Network·AI) 생태계 강화'를 강조하며 △'데이터 댐(data dam) 구축' △산업 전반의 5G·AI(인공지능) 확산 △'지능형 정부'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또 메타버스·로봇·클라우드·블록체인·IoT(사물인터넷) 등 신산업 육성을 주요 국정 과제로 끌어올렸다.

디지털 뉴딜 정책에 대해서는 산업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도 '방향성은 적절했다'는 게 중론이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수장이 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디지털 뉴딜과 5G 상용화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R&D 예산 30조 시대…'K-우주개발' 유의미한 진전

올해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은 30조원에 달한다. 미국·중국·일본·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 GDP(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비중으로는 세계 1위다. 2017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무려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문재인 정부의 뚝심 있는 R&D 투자 의지에 대해서만은 과학기술계 전반에서 이견을 찾기 힘들다. 국가R&D 예산의 심의·조정, 성과 평가를 수행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직을 과기정통부 내 차관급으로 신설한 것 역시 과학기술계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10월 누리호(KSLV-Ⅱ)의 발사도 과학기술계의 묵직한 한 걸음이었다. 누리호는 목표 고도 700㎞까지 오른 뒤 최종적으로 위성모사체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순수 국내 기술로 빚어낸 한국형 발사체의 성능을 과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흔들림 없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덜컹거린 '혁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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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사진제공=뉴스1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사진제공=뉴스1
지난 5년의 최대 고비였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사회의 디지털 전환(DX)을 가속화 했지만, 이를 뒷받침 할 혁신기업의 성장은 번번이 기득권의 장벽과 맞닥뜨려야 했다. 2020년 국회 문턱을 넘은 '타다금지법'이 대표 사례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승합차를 기반으로 기존 택시와 차별화하는 서비스를 통해 등장 1년여만에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무허가 운송사업'이라 반발했고, 정부와 국회는 타자금지법을 추진해 2020년 3월 끝내 통과시켰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스타트업도 마음껏 사업하라며 현 정부가 내놓은 '규제 샌드박스' 역시 반쪽 성공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412건의 규제 샌드박스 과제를 승인했다고 자평했지만, 현장에선 규제 샌드박스의 '조건부 승인'이 주로 사업성 및 실효성이 떨어지는 수준으로 생색내기식인 경우가 많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새 정부 인수위도 업계의 이 같은 여론에 부응해 '규제샌드박스 플러스+'를 통한 신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및 전통산업과의 이해갈등 조정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스스로 자란 K-바이오…공약 창대했지만 지원 미약했다
◇文 대통령, 취임 전부터 신성장 동력 낙점…산업 혁신 전략 등 지원 확대 의지 거듭 강조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인 경기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세포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15/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지난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인 경기 성남 소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세포배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0.15/뉴스1
제약·바이오산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찌감치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유망 분야다. 취임 전부터 연구·개발(R&D) 지원책들을 꺼내들며 적극적 육성의지를 드러냈다. 업계는 정부 기조를 반겼지만 이전 정부와 다름없이 컨트롤타워가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육성 의지만큼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미래성장동력 창출 부문에 바이오헬스(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포함시켰다. 특히 전담분과를 대통력 직속으로 신설하는 안을 포함시키며, 컨트롤타워 탄생에 대한 업계 기대감을 키웠다. 2019년 5월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통해선 2030년까지 글로벌 점유율을 3배 이상 확대, 수출 500억달러 달성, 일자리 30만개 창출 등의 계획을 밝혔다. 2018년 국산 제약·의료기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8%, 바이오·헬스 수출은 144억달러, 일자리 창출 87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집중 지원을 통해 획기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였다.

바이오헬스 분야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당시 연간 2조6000억원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를 4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해 신약개발 지원과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싣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재임 기간 수출액 꾸준히 증가…종사자수 4년간 20% 가까이 늘어

'삼천피·천스닥 시대' 연 文정부 5년 …"개미들 돈 버셨나요?"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제약·바이오 산업은 수출과 고용 지표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6억달러(약 15조9600억원)이었던 국내 보건산업(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수출액은 149억달러(18조8700억원)→157억달러(19조8850억원)→217억달러(27조4800억원)→257억달러(32조5500억원)로 증가했다. 2020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기술수출액도 지난해 13조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2017년 82만9000명 수준이던 보건산업 종사자수 역시 지난해 98만6477명까지 증가해 4년간 19% 증가했다. 같은기간 제조업 종사자수가 357만9656명에서 365만3638명으로 2.1%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폭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7~2027년 제약·바이오업계 평균 고용률은 2.2%로 예측된다. 국내 주요 사업분야로 지정된 18종 중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업계, '해당 성과 동력=정부 지원'엔 회의적…"컨트롤타워 부재에 체감 어려워"

다만 해당 성과의 동력이 정부 지원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수출액의 경우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국면을 타고 진단키트 등 특정 품목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고용지표 역시 신성장 산업 특성에 따른 신규 인력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업계가 지속적인 전문인력 부족 현상에 시름하고 있지만 아일랜드 국립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센터(NIBRT, 나이버트)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나이버트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3월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의 회동서 현 정부 계승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를 꼽으며 "현재 2조8000억원 수준인 연구개발 지원 비용을 2배 늘리겠다"고 한점 역시 정부의 지원 규모가 취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체감이 어려운 부족한 정부 지원은 최근 코로나19(COVID-19) 백신의 자급화 과정에서도 부각됐다. 한 발 늦게 외산 백신 도입에 나서며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정부는 2026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년간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3234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실집행액은 절반도 되지 않는 1378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내 허가가 유력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의 경우 정부가 발 빠른 행정 지원과 지난 3월 선구매 계약 등으로 뒷받침 하긴 했지만, 연구 비용은 모두 국제기구에서 충당했다.

시장 관점의 지표 역시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난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의 비전을 담아 발표한 K-뉴딜지수에 포함된 'KRX 바이오 K-뉴딜지수'는 2020년 12월 4000을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2000선 초반에 머물러 있다. 해당 지수를 공식 발표하기 시작한 2020년 9월 3500선 보다도 낮은 수치다.

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육성의지가 좀처럼 실천으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고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분산된 주무부처 구조가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효율적 육성과 지원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육성책의 핵심으로 꼽았던 업계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부재 중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업계가 주요 후보들에게 컨트롤타워의 시급성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 연구개발이 중심이 되는 산업 특성상 규제와 지원 측면에서 일관된 기조를 보일 수 컨트롤타워는 산업 육성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필수적인 요소"라며 "정부의 적극적 산업 육성 의지에도 업계가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컨트롤타워 부재에 실질적인 노력이 분산되며 반감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산율 1.4명" 내건 文정부, 현실은 0.8명…"용두사미였다"

'삼천피·천스닥 시대' 연 文정부 5년 …"개미들 돈 버셨나요?"
용두사미(龍頭蛇尾). 문재인 정부의 인구정책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창기 인구정책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의지를 놓고 본다면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았다. 그 사이의 각종 지표는 역대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시기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은 단 한차례도 반등하지 못하며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수는 26만500명으로 2017년(35만7771명)보다 27.18% 줄었다. 합계출산율 역시 같은 기간 1.05명에서 0.81명으로 감소했다.

◇합계출산율 1.4명 내걸었던 文정부…현실은 0.81명

출산 지표가 문재인 정부에서만 감소한 건 아니다. 2002년부터 본격화한 초저출산 현상으로 연간 출생아수는 추세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집권 기간 내 출산 지표가 단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한 건 처음이다. 연간 출생아수가 두자릿수의 감소폭을 기록한 것 역시 처음이다.

출산 지표로 인구정책을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출범과 함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건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연간 출생아수 45만명과 합계출산율 1.4명 회복을 제시했다.

호기롭게 출발한 만큼 초창기 기대감은 높았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의 강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저출산위 위원장인 대통령을 보좌할 부위원장과 저출산위 사무처를 신설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저출산위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거듭난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저출산위 간담회에 직접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저출산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이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의 무관심 속에 '유령위원회' 소리까지 들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간담회에서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며 "출산장려 정책을 넘어 여성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7.12.26/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7.12.26/뉴스1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결국엔 성공보다 실패

정부는 이후 5년마다 발표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양육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여 출산율 저하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던 기존 인구정책의 종언을 선언한 것 역시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그 이후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 정책이 여성 정책, 나아가 추상적인 개념인 삶의 질 개선으로 가버리면서 인구정책의 추진동력이 약해졌다"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인구정책을 재구화하는 과정에서 내용 면에선 업그레이드가 있었지만 여전히 미시적 접근에 안주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합계출산율 등이 급락하자 정부의 의지는 약해졌다. 제6기 저출산위의 활동보고서를 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저출산위 본위원회는 총 11번 열렸다. 이 중 위원장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는 단 한 차례다. 2019년 열린 4번의 본위원회는 모두 서면심의로 진행됐다. 2020년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19년 기획재정부의 인구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분류(완화, 대응, 기획)에 따르자면 저출산위는 완화, 인구TF는 대응을 담당했다. 인구TF가 범부처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줄 것을 기대했지만 새로운 발상의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미 고착화된 저출산·고령화 기조에서 정년연장과 연금개혁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하지만 어떤 시도도 없었다. 정부의 의지, 부처간 장벽 등 요인은 다양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거버넌스 체계 개편이 꼽힌다. 이 연구위원은 "차기 정부의 인구정책은 정책 리더십을 높일 수 있는 기구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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