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팔아라? 외국인은 진짜 팔았다…주가는 '주르륵'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5.0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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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5월엔 팔아라."

단순한 속설이 아니다. 최근 10여년 간 외국인은 유독 5월에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많이 빼갔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속설이 한국시장에서 만큼은 어느정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되면서 올해도 '5월엔 팔아라'는 속설이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연관 관계는 없다면서도 변동성 확대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월 평균 1.8조 매도…주가도 마이너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1월부터 2022년4월까지 월별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가장 순매도를 많이 했던 달은 5월이다. 이 기간 5월 평균 외국인 순매도는 1조8565억원이다. 월평균 순매도가 1조원이 넘는 건 5월이 유일하다. 그 다음 순매도가 많은 8월(862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연간 전체로 보면 외국인이 순매수한 달은 4·7·9·10·11·12월, 순매도한 달은 1·2·3·5·6·8월로 반반씩이다. 월별 순매수를 다 합치면 680억 순매도로 보합에 가까워진다. 5월 외국인 순매도가 유독 튀는 현상이라는 의미다.



특히 최근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2010년 이후 12년 간 외국인이 5월에 순매수 한 해는 5번, 순매도한 해는 7번으로 횟수상으론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2018년 이후로는 △2018년 2765억원 △2019년 3조500억원 △2020년 4조600억원 △2021년 9조216억원으로 4년 연속 순매도다.

외국인 매도세가 5월에 집중되면서 주가도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월별 평균 수익률을 보면 5월은 평균 0.93% 하락했다. 월별로는 8월(-1.22%)이어 두번째로 안 좋은 수익률이다.

5월에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된 종목은 외국인 지분 비율이 50% 이상인 코스피 대형주였다. 지난해 5월에 외국인은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4조1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SK아이이테크놀로지 (62,800원 ▲1,100 +1.78%), 삼성전자우 (64,300원 ▲200 +0.31%), 삼성전기 (146,200원 ▲1,700 +1.18%) 등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들도 주요 타깃이었다.


2020년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181,500원 ▼1,200 -0.66%) 등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됐다. 2019년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등이 주요 매도 종목이었다.

미국도 '셀 인 메이' 근거는?
'5월에 팔아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속설이 아니다. 월가(미국 뉴욕 금융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5월엔 주식을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말이 통설처럼 내려왔다.

어떤 근거에서 이런 말이 나온 건지는 분명치 않다. 일반적으로는 연초 실적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가 주춤하는 시기가 5월이어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혹은 연말 효과(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현상) 이후 써머랠리(여름철에 주가가 오르는 현상) 전에 미리 현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5월에 주식을 파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실제로 미국에서도 5월 증시가 약세인 것은 사실이다. 2010년부터 2022년4월까지 S&P500의 월평균 수익률은 5월이 마이너스 0.6%로 12개월 중 가장 안 좋다. 나스닥 역시 5월 평균 수익률이 0.12%로 9월(-0.06%) 다음으로 저조하다.

포브스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3년까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수익률은 11~4월이 평균 7.5%인 반면 5~10월은 평균 0.3%에 불과했다. 오랜기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5월 이후 증시는 부진하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미 팔만큼 판 외국인, 올해는 다르다?

올해도 '5월엔 팔라'가 실현될 경우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우려가 상당하다. 외국인은 올 들어 총 13조8000억원 어치의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인플레이션, 전쟁 위험 등 앞으로 신흥국에 자금이 유입될 요인보다 유출될 요인이 더 많다.

외국인의 추가적인 매도 우려에도 전문가들은 '5월엔 팔라'는 속설이 반드시 들어맞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주식을 파고 사는 건 그때그때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계절성을 갖고 5월에만 유독 판다고 보기 어렵다"며 "5월 순매수한 경우와 순매도한 경우가 거의 반반이어서 '셀 인 메이'가 100% 신뢰할 만한 변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많이 판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팔 주식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비중은 지난달 28일 30.9%까지 내려갔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8월 이후 13년만에 최저치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나스닥이 4% 급락한 다음 거래일(5월2일)에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가 650억원에 그친 걸 보면 더 이상 팔 게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올해 5월에는 기존 관행을 깨고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계절적 변수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1분기 실적을 보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국내운용본부장은 "실적 시즌이 진행되고 있어 실적에 따른 변동성 우려는 여전하다"며 "이 시기에는 그 동안 소외됐던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업종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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