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생명, 1.4조 태웠는데 RBC 겨우 턱걸이···리스크 관리 도마위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2.04.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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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사진=머니투데이DB


금리 상승으로 보험사들의 RBC(지급여력)비율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업게 5위권에 있는 NH농협생명(이하 농협생명)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 가치가 급락한 게 주요 원인이지만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로서 리스크 관리에 너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8일 보헙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금융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하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수 있느냐를 보여준다. 수치가 높을수록 양호하다는 의미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당국 권고치를 훌쩍 넘긴 210.5%였다. 3개월여 만에 60%포인트 이상이 RBC비율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3월30일(2250억원)과 3월31일(6000억원) 총 8250억원의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한 끝에 얻은 성적표다.

농협생명은 특히 6000억원의 자본확충으로 27.5%포인트의 RBC비율 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당시 예상했다. 3월30일 단행한 유상증자 금액까지 합치면 30%포인트 후반의 RBC비율이 개선 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산술적으로 3월말 자본확충이 없었다면 110~120%대로 RBC비율이 급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3개월만에 무려 1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150%의 금융당국 권고치가 문제가 아니라 보험업법상 기준인 100%에 근접한 최악의 성적표가 나올 수도 있었던 셈이다.



농협생명은 이달 8일과 26일에도 총 6050억원의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RBC비율이 160%가량까지 회복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리상승기에는 보유 중인 채권 평가가치가 떨어져 보험사 RBC비율이 하락하는 걸 막기 어렵다. 그럼에도 주요 금융그룹 계열인 농협생명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폭이 너무 크다는 게 중론이다.

2020년 3분기 보유 채권 전액을 전량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기는 채권재분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농협생명의 채권재분류는 RBC비율 방어 목적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보유증권은 장부가로 처리되지만 매도가능증권은 분기마다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한다. 그렇다 보니 금리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 기조에서는 채권 가격이 올라가 자산이 느는 효과를 본다. 실제로 2020년말에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314.5%까지 개선됐었다. 전분기 RBC비율이 193.5%였다. 올해 1분기와 정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됐던 것.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매도가능증권이 어느 정도 필요한 건 맞지만 농협생명처럼 건전성 조율 목적으로 이를 전량 보유한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농협생명 같은 주요 금융그룹 계열이 아무리 금리상승기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재무건전성 문제에 봉착할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리스크 관리에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문제가 농협생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흥국생명(163.2%), KDB생명(168.9%), DB생명(157.7%), 한화손보(176.9%), 흥국화재(155.4%), KB손보(179.4%), 악사손보(169.7%) 등의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에 근접해 있다.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장기 채권의 금리는 지난해 말보다 올해 1분기에 더 상승했다. 1분기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되면 RBC비율이 150%를 하회하는 곳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이 주요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RBC비율 관련 논의를 한 이유다. 보험사들은 이 자리에서 경영상의 문제보단 금리 상승 효과가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향후 적용될 수 있는 규제 조치 완화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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