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부처의 권한[우보세]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2.04.2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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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대한민국에는 두 명의 부총리가 있다. 정부조직법은 '국무총리가 특별히 위임한 사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총리를 둔다고 규정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총리가 직무를 대행할 정도로 중요한 자리다. 현행법상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겸직한다. 법률상 용어는 그냥 부총리지만 흔히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라고 부른다.

이들의 역할도 법률에서 정한다. 기재부 장관이 겸직하는 부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한다.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주재한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막강한 권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다. 헌법에서 정한 예산 증액 동의권도 경제부총리가 쥐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제외한 다른 부총리는 부침이 있었다. 역대 정부의 의지에 따라 부총리 부처가 바뀌었다. 때로는 통일부(통일원)가, 때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가 부총리 부처를 맡았다. 국정철학에 따라 해당 부처의 업무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에서다. 이명박 정부 때 사라졌던 부총리 부처는 박근혜 정부부터 기재부와 교육부가 맡고 있다.

현행법상 교육부 장관이 겸직하는 부총리는 교육·사회·문화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자리다. 사회부총리는 사회관계장관회의(정확한 명칭은 교육·사회 및 문화 관계장관회의다) 등을 주재하며 주요 사회정책을 심의한다. 사회관계장관회의에는 기재부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쟁쟁한 부처의 장관들도 참석한다.



위용을 갖췄지만 사회부총리의 위상은 경제부총리와 사뭇 다르다. 사회관계장관회의는 경제분야와 비교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 27일에도 사회관계장관회의 열렸지만 언론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사회부총리 부처인 교육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에선 "숙제하듯이 사회관계장관회의에 안건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사회부총리의 위상 문제와 연결된다. 사회부총리는 정책을 총괄·조정할 힘이 마땅치 않다. 교육부가 대한민국 교육정책을 총괄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회부처와의 이해관계를 해소할 만큼의 권한은 크지 않다. 기재부가 예산을 무기로 다른 부처들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대선 전후 시작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는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룬 상태다. 이번에도 부총리 자리를 두고서 말들이 나왔다. 과학기술 부총리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어떤 부처가 부총리 자리를 가져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지, 새로운 부처에 부총리 자리를 줄지 여부는 온전히 새 정부가 결정할 일이다.


사회부총리든 과학부총리든, 부총리의 실질적 권한을 제고하는 것이 정책 총괄·조정 과정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이미 막강한 권한을 지닌 경제부총리는 예외다. 가령 이번 정부에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인구절벽과 균형발전, 유보통합 등의 과제를 현행 사회부총리의 권한으로 조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정 부처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한은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다면 허울만 부총리 부처인 곳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부총리 부처의 권한[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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