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아빠가 노력을 안 해요"

머니투데이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이사 2022.04.2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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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대표이윤학 대표


"부자가 되고 싶은데 아빠가 노력을 안 해요." 꿈이 뭐냐고 물으니 '부자'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에게 그럼 고민이 뭐냐고 묻자 나온 답이라 한다. 요즘 세태를 풍자한 우스개 이야기지만 참 씁쓸하다. 언제부터 인가 '부자가 되는 것'은 많은 사람의 로망이 돼버렸다. 그래서 백만장자에 얽힌 성공담이나 러브스토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넘쳐난다.

원래 백만장자(Millionaire·밀리어네어)의 어원은 1816년 영국 시인 바이런의 편지에서 처음 기록됐다는 말도 있고, 소설가이자 정치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소설에 등장했다는 말도 있다. 무엇이 됐든 어마어마하게 큰 부자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00만달러를 가진 사람은 우리 돈으로 12억원 정도니 그리 실감나지 않는다. 그래서 1800년대 초반 이후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2500만달러, 한화로 300억원 정도여서 그쯤은 돼야 폼나는 백만장자 소리를 들을 듯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전세계적으로 억만장자(Billionaire·빌리어네어)로 꿈이 업그레이드됐다. 억만장자는 10억달러, 즉 1조2000억원 정도의 재산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어느 투자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2101명(2018년 기준)이 있다고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754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에 436명이 있으며 한국에도 40명이 있다고 한다. 억만장자가 아니라 현금 12억원만 있어도 행복하겠다는 사람이 많겠지만 부자에 대한 꿈이 더욱 커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부자'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잣대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32억원(순자산 기준)을 가지면 부자라고 생각하는 반면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100억원 이상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한다는 조사도 있다. 국내 한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는 약 3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76%를 차지한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부의 집중화가 가속될수록 이 수치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비율로의 부자가 더욱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상위 1% 가구의 커트라인은 29억원이고 상위 0.1% 가구의 커트라인은 77억원이다. 다시 말해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대략 30억원 이상은 있어야 우리나라 상위 1%에 든다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5~60대가 전체의 60%였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율이 72%며 실물자산(82%)이 금융자산(18%)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부채비율은 9.2%로 아주 낮았고 50평형(약 165㎡)의 자기소유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지출은 소비보다 비소비지출이 많았는데 대부분 세금, 공적연금과 사회보험이었다.

사실 상위 1%가 부동산 부자가 된 이유는 거주하거나 투자한 부동산이 최근 몇 년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억만장자 30%가 최근 5년간 새로 합류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상위 1% 부자도 그럴 공산이 크다. 진정한 부자는 본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노력 없이 세상이 만들어준 부는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노력하는 아빠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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