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김은혜, 대선주자 유승민 꺾고 파란…'윤심' 후보 선전 뚜렷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2.04.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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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국민의힘 경기도지사에 공천 신청한 김은혜 의원(왼쪽)과 유승민 전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신청자 면접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국민의힘 경기도지사에 공천 신청한 김은혜 의원(왼쪽)과 유승민 전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신청자 면접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6·1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지사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로 초선의 김은혜 의원이 선출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으로 활동한 김 의원은 대선 직후 열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심을 접수하면서 4선 의원 출신의 유승민 전 의원을 꺾었다.

초선 김은혜, 유승민 꺾고 경기지사 후보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은혜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함께 경선을 치른 유승민 후보께도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은혜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함께 경선을 치른 유승민 후보께도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로 김 의원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현역 의원 출마 페널티 5%를 반영한 최종 득표율 52.67%(페널티 적용 전 득표율 55.44%)로 1위를 거뒀다. 유승민 전 의원은 44.56%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경선은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각각의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의원은 당원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과 김 의원은 모두 경기지사 선거를 위해 당의 부름을 받고 차출됐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고민했지만 중도개혁 색채를 지닌 거물급 인사가 경기지사에 나서야 한다는 당내 요구에 출마를 결심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저격수'로 활약했던 성남시분당갑 지역구의 김 의원 역시 윤 당선인 대변인을 중도 사퇴하고 당의 승리를 위해 선거에 뛰어들었다.

초선 김은혜, 윤심 업고 승리…전국구 정치인 발돋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대위에 합류하는 국민의당 청년 당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청년본부 주성현 위원. (공동취재) /사진=뉴스1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대위에 합류하는 국민의당 청년 당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청년본부 주성현 위원. (공동취재) /사진=뉴스1
정치권에선 초선의 김 의원이 대선주자 급인 유 전 의원을 꺾은 데엔 경기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출마 명분, 윤석열 정부와의 '원팀' 호흡에 대한 기대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한다.

김 의원 출마에 윤 당선인의 의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윤심이 아니라 민심을 대변하고자 나섰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논란이 경선에서 불리하게만은 작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지방선거 투표율은 통상 60% 정도로 지지층 결집이 가장 큰 동력이 된다"며 "김 의원이 당심에서 우위를 보인 것을 감안해도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도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장동 저격수'로서 다소 강경한 이미지를 가졌음에도 중도개혁 성향의 유 전 의원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단 점에서 본선 경쟁력이 높게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심과 민심이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번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모든 분들(당원, 일반 국민)은 본선 경쟁력이 누구에게 더 있는가에 대해 의사표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MBC 기자 출신의 김 의원은 이번 경기지사 경선 승리를 계기로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단 평가가 나온다.

재기 실패한 유승민…민심 우위에도 당심서 밀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 패배한 후 경기지사 경선에서 연속으로 고배를 마시며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깊이 고민했던 정계 은퇴까지 보류하고 재기를 노렸단 점에서 이번 패배가 더욱 뼈아프다.

민심에선 우위를 점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김 의원 출마 이후 당심이 김 의원에게 급격히 쏠린 것이 결정적 패인이 됐다. 심재철 전 의원은 경선을 포기하며 김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경기도 내 최다선 현역인 김학용 의원도 공천관리위원직에서 사퇴하고 김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유 전 의원 캠프는 경선 결과 발표 직후 해단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은 아직 어떤 메시지도 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계 은퇴를 발표할 것으로 추정한다.

박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의 등장으로 보수의 기존 판이 물갈이 됐다. 두 차례의 패배로 유 전 의원이 보수에서 영역 확장이 쉽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중도확장성을 현실 정치에서 적용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윤심' 후보 경선서 잇단 승리…향후 尹 부담될 수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일각에선 김 의원을 비롯해 이번 지방선거 당내 경선 곳곳에서 '윤심'을 등에 업은 후보들이 선전하는 점이 향후 윤 당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윤 당선인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어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윤심이 밀어올린 후보가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책임은 후보뿐 아니라 윤 당선인에게 갈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키를 쥐고 있는 경기도·충청에서 김은혜, 김영환(충북지사), 김태흠(충남지사) 후보 선출에 윤심이 반영됐는데 결과가 나쁘면 대통령이 흔들리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이들이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아직 당내 기반이 부족한 윤 당선인이 보수진영 내에서 확실히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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