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시 일손 줄어드는데…현대차 노조 "정규직 뽑아라"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04.2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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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아이오닉일렉트릭 의장라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아이오닉일렉트릭 의장라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조가 단체교섭 요구안에 정규직 충원을 포함시켰다.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인력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고용 문제를 노조가 문제삼을 경우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강성 지도부로 바뀐 상황이어서 파업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이나 내일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발송할 예정이다. 단체교섭 요구안에는 일반 촉탁(기간제) 계약직 폐지와 정규직 충원 요구안이 포함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도 신규 정규직 인원 충원을 사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사측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0%가량이 적은 전기차 생산으로의 전환점에 서있는 만큼 투입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해당 요구에 대한 결정을 올해 단체교섭으로 미뤘다.

전기차 전환 인력 감축 불가피...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구조조정 시작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기존 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 감소가 수반된다. 내연기관차가 주력인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은 파트는 파워트레인과 배기계 등 부품 조립인데, 배터리로 가동되는 전기차의 경우 이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되면 근로자는 현재의 30% 수준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실제로 2018년 영국 '캠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Cambridge econometrics)'의 연구에 따르면 순수전기차 1만대를 만드는데 필요한 고용 인력은 내연기관차의 3분의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를 차지할 경우 10%의 기업이 사라지고, 3만5000여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기업들도 있다. 지난 2019년 폭스바겐, GM,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잇따라 대규모 인원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보쉬 역시 2019년 10월에 오는 2022년까지 약 5200명의 일자리를 없애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급격한 구조조정이 아닌 신규 채용을 줄이고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감소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생산직의 경우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으로, 매년 2000명 안팎이 정년퇴직 대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직 직원 수가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의 정규직 임직원 수는 6만6002명으로 2020년에 비해 924명 감소했다.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598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2명 증가했다.


강성 노조 자리잡은 현대...3년 무분규 끝나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의 정규직 충원 요구를 회사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만큼 협상 과정에서의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현대차 노조가 강경 노선을 택하고 있어 파업을 예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3년간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강성 노조 집행부가 집권했던 2012~2018년에는 7년 연속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안현호 현 현대차 노조 지부장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사내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출신이다.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으로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말 대의원 이상 확대 간부 404명을 대상으로 사측과 올해 단체협상 준비를 위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6%가 파업에 긍정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응답자 중 48%는 '투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요구안을 모두 쟁취해야 한다', 28%는 '투쟁을 해야 하지만 해를 넘기지는 말자'고 했다고 한다.

추가 인력 채용을 놓고 파업이 벌어질 경우 현대차의 전기차 전환 등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산적해있는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파업이 벌어질 경우 현대차의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로 글로벌 경쟁력을 막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노사 분규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조는 정규직 충원 외에 정년연장, 미래 자동차 산업 관련 국내 공장 신설 및 신규 투자 등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자동차(PBV), 전기차 관련 부품공장 투자를 통해 고용안정 방안을 창출해 달라는 것이다.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조합원·사내협력업체 직원에게 성과급 지급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협상은 다음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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