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본관
최근 사석에서 만난 지인의 질문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에게 "언제까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대통령을 취재하냐?"는 물음이었다. '구중궁궐'(九重宮闕)은 아홉겹 담으로 둘러싸인 궁궐을 뜻한다. 그만큼 접근하기 힘들고 비밀스러운 곳이란 얘기다. 국민들은 청와대를 그렇게 생각한다.
'구중궁궐'은 더이상 청와대의 별칭으로 어울리지 않을 전망이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탄생한 청와대가 74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1'에 위치한 이곳은 오는 5월10일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완전 개방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민심과 동떨어진 권력의 정점으로 인식된다. 다양한 정당과 정치 세력의 의견을 무시하고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꽉 막힌 곳이란 비판도 받는다. 지난 70여년간 청와대는 불통의 상징이 됐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5년 가까이 일한 문재인 대통령도 누구보다 이런 문제를 잘 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제도'였다.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그러다보니 청와대 비서실이 비대해지고 참모들 힘도 세진다. 이에 반해 현장에서 민생을 책임지는 내각은 권한이 줄어들고 청와대 눈치만 본다. 청와대가 인사권, 예산권, 정책결정권, 감사권, 사법권 등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가진 '청와대 정부'인 탓이다. 모든 권력을 가진 청와대엔 감시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상황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다. 문재인 청와대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윤석열 당선인이 면밀히 봐야할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와 결별을 선언했지만 장소 이전은 곁가지 문제다. 향후 청와대 역할을 하게 될 대통령실의 권한 분산이 중요하다. 대통령실 중심의 국정운영이 아닌 각 부처 장관들이 주인공인 국무회의를 통해 국정이 이뤄져야한다. 그래야 국회와 정부가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갈등이 있다면 대화로 풀면서 국정 안정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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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명시한대로 국무총리가 전체 국정 운영에서 일상적인 행정을 맡고, 또 국회와 밀접하게 소통하면 각 부처도 자율성이 생긴다. 결국 윤 당선인의 의지에 달렸다. 다음달 출범할 윤석열 대통령실이 무소불위 권력을 국회와 행정부 등에 나누지 않는다면 과거와 달라질 건 없다. 청와대에만 '구중궁궐'이 있는 게 아니다. 마지막 청와대 출입기자의 넋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