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국장
"상대방의 도루 사인이 감지돼 공을 한 번 빼봤다." 시구를 하면서 스트라이크를 일부러 던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정 부회장은 전략적일 것 같지 않은데 전략적이다. 프로야구에서 10연승은 쉽게 나오기 어려운 케이스다. 그렇다고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진 얘기로 보기는 어렵다. 10연승을 하라는 압박도 아니다. 선수들도 구단주님의 시구를 애타게 기다리며 10연승을 내달렸을 것 같지는 않다.
'이것(사람)은 재벌인가, 아닌가. 지금까지 이런 재벌 오너는 없었다.' 정 부회장을 표현하는 얘기 중 가장 와닿은 영화 패러디 문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특이한 캐릭터인데 출발점을 보면 어딘가 전략적이다. 팬덤과 비호감이 팽팽히 맞서거나 누군가로부터 눈총을 받을 만한 일인데 시작할 때도, 끝났을 때도 천연덕스럽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데 위압적이지 않다. "나도 재벌이면 용진이 형처럼 살고 싶다"는 어떤 기사에 달린 댓글에 공감이 간다. 취재하다 보면 '별로 부럽지 않은 재벌'이 부지기수다.
정 부회장의 캐릭터만 놓고 보면 안에서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그런데 밑에서 용비어천가만 부르면 누가 불편해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지 모른다. 커뮤니케이션을 거쳐서 하든, 사후적으로 하든 내부 소통의 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정 부회장에게 늘 따라붙는 '오너 리스크'의 이면에는 '오너 베네핏'이 공존한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파격적인 언행과 스타일을 따라가다 보면 심판이 공수 위치를 정해주는 '동전 던지기'의 앞뒷면처럼 흥미진진한 경우가 제법 있다. 이기면 좋고 무승부나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