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찾은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전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은 오전 10시 개관하자마자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의 전시기간이 연장되는 동시에 운영방식도 사전예약이 아닌 현장발권으로 변경한단 소식을 듣고 찾아온 미술 애호가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건희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이 워낙 큰 데다, 그가 국가에 남긴 2만3000여점의 국보급 작품의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린 배경으로 이건희 컬렉션 전시로 불기 시작한 미술관 나들이 열풍이 꼽히는 배경이다.
지난해 7월 이건희 컬렉션 사전예약이 모두 매진된 모습. 최근까지도 이건희 컬렉션은 예약이 오픈되자마자 매진됐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지난달 오전 1회차 프로그램을 1957년 이전 출생자 전용으로 운영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아예 현장발권 방식으로 바꾼 이유다. 지역 순회전을 통해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지역 향유권은 확대했지만, 세대 간 향유권은 간극이 크단 지적에서다. 미술관 관계자는 "인터넷에 약한 노인들이 사전예약제로 밀리는 부분이 있다보니 현장발권 방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전시장에는 50대 이상의 관람객이 많았다. 그간 이건희 컬렉션 전시장 앞에서 볼 수 없었던 생경한 모습이다. 다른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았다가 이건희 컬렉션 현장발권 소식을 듣고 줄을 선 노인도 있었다. 이날 오전 일찍 미술관을 찾은 한 60대 여성은 "지난해부터 사전예약 한 번 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아 거의 포기했었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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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대기에도 "괜찮아"
14일 오전 이건희 컬렉션 전시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나들이 인파가 쏟아지는 주말 등 휴일에는 말 그대로 '뻗치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술관도 관람객이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관람수요가 어느정도나 될지에 대해선 두고봐야 한단 입장이다. 이날 한 관람객이 미술관 직원에게 '내일 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묻자 "그날그날 상황이 달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다"고 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2019년 관람객이 몰린 '마르셀 뒤샹전'도 비슷하게 진행했는데 큰 혼선을 빚지 않았다"며 "이번 이건희 컬렉션 현장발권 운영은 정확한 관람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현장 대응 강화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28일부터 8월2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연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박수근의 '한일', 이중섭의 '황소', 십장생도 병풍 등을 공개한다. 회차별 정원은 100명이며 온라인에서 70장을 판매하고, 30장은 현장발권 형태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