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20년 만에 가장 싸진 '엔화'…"20% 더 떨어질 수도"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4.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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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3월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의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미국과 일본의 엇갈린 통화정책에 양국의 장기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 약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려 빠르게 진행 중이다.

13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달러당 126.26엔까지 치솟아 엔화 가치가 2002년 5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지난달 초 달러·엔 환율(114~115엔대)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엔화 가치가 10%가량 추락한 셈이다. 환율과 화폐 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잡고자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은 이와 반대인 대규모 금융완화정책으로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한 여파로 엔화 가치가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미국의 장기금리가 오르는 사이 일본 금리의 상승세가 억제되면서 양국 간 금리격차가 커졌고, 이로 인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환율에도 변동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특히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이날 오후 "현재의 강력한 금융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엔화 가치는 더 추락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18일에도 "엔저가 전체적으로 경제와 물가를 모두 밀어 올려 일본 경제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기본 구조는 변함이 없다"며 엔화 가치 하락에도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엔저 현상을 용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달러·엔 환율이 150엔까지 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금보다 20%가량 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산업 구조 역시 엔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일본의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돼 엔화 약세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네덜란드의 ING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 엔화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하락폭이 큰 통화 중 하나가 됐다"며 "이는 매파적인(통화긴축 선호) 연준과 비둘기파적인(통화완화 선호) 일본은행, 주요 화석연료 수입국인 일본의 무역 충격이 합쳐진 '퍼펙트 스톰'이 형성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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